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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nun Jun 16. 2022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을 권리

어린이집 학부모님들께 부치는 편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시는 모든 가족 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000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 NUNNUN이라고 합니다. 생뚱맞게 편지를 받게 되어 좀 놀라셨죠? 수많은 낮과 밤을 고민한 끝에 이렇게 한 분 한 분께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관련한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자 이런 기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묻는 공지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보신 분들도 있겠고, 미처 보지 못한 분들도 있으실 거구요. 


지난 5월 23일 자로 발효된 보건복지부의 <코로나 19 어린이집 대응 지침 11판>에서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 특히 24개월 이하의 아기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아직 성인들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지된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겠구나, 저는 그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계속해서 쓰게 하겠다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더 이상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벗게 하고는 싶지만 아직은 불안하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는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이고, 저는 이 글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찬반 논쟁을 벌이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러한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동료가 필요하신 분들과의 소통이 절실하다고 느껴 이렇게 늦은 밤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스크가 아이들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키는 확실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시고, 실내 마스크가 해제되어도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게 하겠다는 분들께는 사실 이 글이 불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제 의견을 다른 분들께 강요하는 성격의 사람은 아닙니다. 사람들 앞에서 제 의견을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요. 개인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각오하고 이렇게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코로나 상황을 거의 3년이나 겪고도 아직까지 마스크에 대한 집착과 맹목적인 믿음을 떨치지 못하고 어린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이들의 권리를 아이들의 입장에서 대변해 줄 존재가 아무 곳에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3년 가까이되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지켜봐 왔습니다. 처음에는 공포였고, 불안 그 자체였기 때문에 백신과 마스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90퍼센트가 넘는 백신 접종률과 전 국민의 마스크 의무 착용에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수십만 명이 확진되는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이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막아준다고 생각하시나요? 바이러스는 그 크기가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작기 때문에 94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나요? 식당 문 앞까지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들어가서 종업원이 보는 앞에서는 마스크를 잠깐 쓰고, 자리에 앉으면 바로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고 있는 우리 모습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적 없으신가요? 


어른들은 마스크가 답답하면 틈날 때마다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쉬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스스로 호흡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7시간 이상을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은 눈치껏 마스크를 벗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없는, 어른들의 말이라면 곧이곧대로 듣는 순종적인 존재들입니다. 아이들은 답답하다고 해서 어른들의 눈을 피해 마스크를 내리지 않습니다. 


저도 어린이집 공지글을 통해 5월 23일 자 정부 지침에서 영유아 마스크 착용 의무 없음이 발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진실을 한 가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마스크 의무화가 시작된 이래로 어린아이들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어린이집 대응 지침을 꼭 찾아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영유아들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었어요. 지금까지 아이들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했던 이유는 우리들이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백 명이었을 때에도, 수십만 명이었을 때에도 ‘마스크는 언제나 옳다’며 쓰기 싫다는 아이들을 길들였고, 지금은 마스크를 벗으라고 해도 벗기 싫어하는 아이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마스크가 진짜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줄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분들은 정보를 찾아보고 스스로 판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부에서 쓰라고 하니까, 모두가 쓰니까, 그래도 얼굴에 뭐 한 겹이라도 더 있으면 바이러스를 막아 주겠지, 이런 무책임한 생각으로 아이들의 코와 입을 매일같이 덮어 씌우는 일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마스크를 쓰면 감기나 독감을 막아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초등학생이 보는 과학 만화책에도 바이러스는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마스크로 절대 걸러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다양한 자료와 의견들을 검색하고 공부한 후에도 마스크가 옳다 라는 결론을 내리실 수 있다면 아이에게 마스크를 계속 쓰게 하십시오. 그 대신 마스크를 매일같이 장기간 사용함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부하십시오. 마스크를 써서 감기와 코로나19를 예방하는(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마스크 장시간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피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게 하시는 것이 당연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견이 지금 이 편지를 읽으시는 학부모님의 의견과 다를 수 있고, 저는 마스크를 계속 쓰기를 원하는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주변에 마스크 쓰기를 원치 않는 어린이가 있을 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건강을 가장 염려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고 어떤 사람도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각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은 어떤 것이든 존중되어야 합니다. 마스크를 쓰겠다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것 또한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두 가지는 모두 존중되어야 하며, 특히나 정부가 의무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개인이든, 기관이든, 공권력이든 그 누구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어린이집의 같은 반 친구들의 엄마들과 자주 교류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친구들과 이렇게 친밀감과 따듯함을 느끼는 일이 그리 흔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같은 반 친구의 동생, 그러니까 태어난 지 70일밖에 안된 어린 아기를 품에 안아 보았습니다. 그 아기의 체온을 느끼며 든 생각은 모든 아이들이 자유와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내 아이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어른으로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그저 더 좋은 마스크를 골라주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해 쇼핑을 하는 일일까요? 마스크 하나만 씌워주면 아이가 갖가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거라는 환상을 고수하는 일일까요? 아이가 무수한 바이러스를 접했을 때 튼튼하게 싸울 수 있는 면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질 좋은 음식을 먹이고, 한두 시간이라도 마스크 없이 좋은 공기를 마시며 뛰어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며 함께 반성합니다. 부디 저의 고민과 반성이 이 글을 읽는 학부모님의 가슴에도 와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하여 바쁜 일상에 지쳐 관성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붙들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상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기를

NUNNUN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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