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抱擁)

나약한 나를 안아주기

by F와 T 공생하기

‘포옹’은 품에 껴안거나, 남을 아량으로 너그럽게 품어 주는 것이다.


나에게는 참으로 낯선 단어다.


누군가의 품에 껴안겨 본 기억이 없고, 너그럽게 품어진 적 역시 기억에서 찾아내기 어렵다.


어릴 적 무엇인가를 잘하거나, 타인을 이기는 것에 집착했던 기억은 또렸하다,

심지어 40이 넘어서까지도


어제저녁에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지금도 그래. 그래도 지금이라도 아니 다행이네.‘



사실 작년 연말부터 반년동안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공공기관 경력 30여 년 동안 내가 느낀 불편함, 목놓아 말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알게 되어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왜 이리도 불편한지.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도 고생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사적 트라우마,

권위주의적 산업화,

복종적 무비판 교육,

공적 폭력의 내재화,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정성,

개개인의 방어기재,

물신화,

자기 분열적 자아인식,

혐오와 차별.

자유로부터의 적극적 도피.


나는

개인적인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시대 말미에

다양한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여전히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며

시리도록 냉정하고, 비합리적 이리만큼 큰 감정사이의 격한 조울적 반응 사이를 오고 가며,

혐오와 차별을 혐오하며

자유로 도피하려 한다.

내 삶의 가장 큰 우연과 행운들을 무시한 채.




나는

나를

포옹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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