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100년의 도시개발
오늘은 25년 1월 1일.
지난밤 작은 축제와 별 보기의 여흥에
오전 늦게 간신이 일어나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난 뒤
새해 첫날이니만큼
캔버라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건강을 챙기고
2025년을 다짐해야겠다 싶었다.
캔버라는 지금
최대 32도, 최저 14도이다.
일교차만 18도, 연중 일교차 역시 꾸준히 크다.
호주에 살기 시작했을 무렴
이 일교차를 견디지 못해
늘 병원신세와 약으로 연명해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낼 때보다
건강을 더 많이 챙기게 된다.
Mt. Ainslie Lookout (아인슬리 산 전망대)는
천천히 오르면 약 1시간 남짓, 빠르면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이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다.
캔버라의 도시개발 역사 100년의 대부분을 볼 수 있다.
개발자의 이름을 딴 벌리 그리핀(Berley Griffin) 호수(Lake)가 중간에 위치하는데 둘레가 11km에 달한다.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의 둘레가 2.5km 정도 되니 4배가 조금 넘는다.
면적으로는 대충 20배 정도가 될 듯하다.
남쪽으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호주 연방 국회와 국립 미술관과 도서관, 각국의 대사관들이 위치하며,
아름다운 숲과 공원들로 가득하다.
북쪽으로
호주 연방 국회로부터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을 기념하는 붉은색 도로와 전쟁기념관, 호주수도준주 (Australian Capital Territory: ACT)의 여러 기관과 호주국립대, 깔끔하게 구획이 나뉘어 있는 거주지역들,
무엇보다 수없이 많은 공원과 푸른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들이 가득하다.
전망대 꼭대기에 서면,
단순히 재미와 함께 마치 캔버라 역사의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캔버라의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100년이 넘는 동안 당초에 가졌던 도시의 이상을 유지하며,
나날이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경우, 안토니 가우디가 1883년에 시작해 약 150여 년 (무려 3세기에 걸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 한다.
둘 모두 엇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초의 설계 철학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창조적 작업을 추가하고 있으니 실로 대단한 일이다.
캔버라의 경우, 단위 건물이 아니라 드넓은 자연과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최초 2천 명이 살아가던 시골 마을에서 현재 50만 명, 약 250배의 시민이 거주하는 호주의 10대 도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기에 더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산을 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발걸음이 가볍다.
게다가 집에 다다르기 전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쇼핑몰에 들러
맛있는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무엇보다 큰 일상의 즐거움이다.
오늘은
특별히 새해 첫날을 기념하여
반가운 친구들(아래 사진 참고)까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보통은
낮에는 자고
해가 질 무렵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고 하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해가 길어 그런지
늦은 시간이면 마주할 수 있나 보다.
(동부 해안에서는
대낮에
주택가 정원이
눈치 없는 친구들 일가족에 의해
점령당하는 경우도 봤다.)
아내와 함께
한참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