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힘껏
류근
인생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근거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사고와 문제해결에 대해 언급할 때 자주 회자되는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인용문이 있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똑같은 것을 또하고 또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것이다.
물론 대가가 되기 위해 초식을 다듬는 것과는 달리 적용해야 한다.
다른 생각도 든다.
대가가 되기 위해선 지겨운 초식 학습의 세월을 견뎌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배우고 또 배우며
어제보다 더 낮은 오늘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내가 아닌 너, 우리, 그들을 감동시키려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
실천하고, 보여주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생을 다르게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뭐라 한들
바뀌겠는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0여 년 전 학생으로서 겪은 대한민국과 20여 년 전 부모로서 겪은 대한민국
수업 도중에도 창문을 열고 현금다발을 건네는 학부모와 고맙다고 환히 웃는 교사
수업을 학생에게 맡겨두고 교실에서 잠을 자는 교사
이사장 아들이면 학우를 괴롭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학교
집이 가난하거나, 학과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인권을 논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교실,
이유 없이 교사에게 두드려 맞아도 더 맞지 않기 위해 숨죽여야 했던 학교
학교 수업(체육 및 교련) 중 줄을 잘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상에서 병을 깨고 학생들을 위협했던 교사와 학교
고3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담임교사에게 두드려 맞았다.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알았다셨다. 어느 날부터 그 교사가 흐뭇하게 웃으며 ‘오늘처럼 하면 된다’라고 했다. 바로 그날 아버지는 그 사람에게 현금과 선물을 안겨다 주셨다. 비로소 교사의 이유 없는 몽둥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내 아이의 발표권을 보장받기 위해 교사, 교장에게 뇌물을 줘야 하나 고민했던 유치원
나보다 더 주변 눈치를 보며 공동체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분쟁조차 사법적 조치를 위한 위원회가 열리는 학교
여전히 시험점수가 아이들의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
다양한 교육과 다양한 인생은 여전히 책에만 있는 현실
참 다르다.
많이 변했다.
최소한의 인권적 요소가 크게 보완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과 부모의 자본과 사회적 지위가 권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작은 시장, 기회, 문화적 관성을 고려하면 성적 부분은 잠시 두고라도
부모의 ‘자본’과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질서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와 ‘법치’의 원칙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앞으로도 수십 년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지난 40년 동안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다.
2024년에 이어 2025년 1월 우리는 이를 여실히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들 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인간의 ‘철학’과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교육받는가? 중요하게 다루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중요하게 쳐다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