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를 돌아보게 된다.

어머니

by F와 T 공생하기


Learning to read in a foreign language has taught me to embrace ambiguity – one sentence at a time | Patrick Lum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25/jan/13/learning-to-read-in-a-foreign-language-has-taught-me-to-embrace-ambiguity-one-sentence-at-a-time?CMP=share_btn_url


호주에 온 뒤로 당연하게도 자연스레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진다.

또한 원하는 만큼 빠르게 실력이 늘지 않음에 조급함 역시 작지 않다.

이외에도 수십 년 동안 영어를 썼는데? 내가 이 정도밖에 못해? 이러한 자각도 마음을 쓰리게 한다. 난 늘 잘해야 하고, 잘해 왔다 착각하니까.


돌이켜 보면

난 모국어조차 많은 어휘를 알지 못하고, 유창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한다.

전문적인 글쓰기, 대중 연설, 수필, 소설 등의 문체 구분도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말하기는 잘하는 쪽보다는 못하는 편에 속한다.

일종의 공포 같은 것 또한 느낀다.

대중 앞에 서면 심지어 눈앞이 깜깜해지고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기가 많이 죽었다. 착각의 자유에 따른 무한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으리라.


하지만 어쩌랴.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고,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

내 갈 길을 가리요 하며 위안하고 있다.



‘가디언(Guardian)’의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외국어로 읽는 것을 배우는 것은 나에게 애매모호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 한 문장씩 천천히.


embrace

verb

1. hold (someone) closely in one's arms, especially as a sign of affection.

"Aunt Sophie embraced her warmly"

2. accept (a belief, theory, or change) willingly and enthusiastically.

"besides traditional methods, artists are embracing new technology"


ambiguity

noun

the quality of being open to more than one interpretation; inexactness.

"we can detect no ambiguity in this section of the Act"


모호함을 받아들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공학전공자로서

모호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한 사실관계는 명확해야 한다.


적어도 언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

강박적 명확성은

내게 이익보다는 불이익을 더 많이 가져왔다.


과정을 즐기기보다

조급해하고,

결과에 집착하고,

결과적으로 빨리 지치게 만든다.


지금은 잊혔지만

오래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배우고, 익혀온 모국어,

내 어머니로부터 배운 내 모국어,

길을 나서면 모든 것을 읽고, 읽으려 노력하고,

‘저건 뭐예요?’하고

어머니께 묻고, 배우며,

자식의 성장을 기뻐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뿌듯해하며

배웠던 것이 바로 모국어.


‘모호함’과 포옹하기

두려움 없이

설렘으로

다가가,

소리 내

인사하고,

반갑게

마주하기.


잊고 있던 모국어 배우기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것이 두려워

쪼그라들라치면

손뼉 치며

즐거이 격려해 주시던

어머니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기쁨을

전해주시던

어머니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모국어를 기억하게 하고

두려웠던 세상을

격하게 껴안게 한다.

그렇게 어머니를 떠오르게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지하면 반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