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렇게까지

재미로 말하는 외국어

by F와 T 공생하기

나의 아침은

호주 뉴스 듣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BBC 뉴스를 듣는다.

지구촌이라는 오랜 표현이 낯설지만

세상은 이미 하나로 묶여있다.

특히 정치, 경제적으로.

지구 반대편 전쟁은

즉시 나의 자산에, 내 직장의 오늘에

큰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가끔 호주 국회에서 있었던

정책담론, 토론, 열띤 공방을 듣는다.

이념과 진영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먹고사는 자본에 대한 공방들이다.

따라서 대부분 돈으로 표현된다.

이때 자국 내의 수준 떨어지는 공방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국가와 사회, 경제적 여파, 일상으로 이어지는

핵심 뉴스가 뉴스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게 상식적이고, 선진국이지..’

‘당장 돈만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사상누각이야. ‘

‘당장 10년 뒤, 20년 뒤를 봐.’

‘내 삶이 유지될까, 나아질까?’


다음으로 중국어, 일어 말하기를 각각 10분씩 연습한다.

지나가는 사람의 1/3은 중국인이다.

경험상 지구 끝까지 가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중국인이더라.


내가 연습하면 아내는 옆에서 귀동냥만 하는데도

곧잘 따라 한다.

심지어 퀴즈를 내도 척척이다.

욕심내지 않는 하루 10분 재미난 외국어 말하기다.


1980-90년대 유행했던 홍콩영화의 대사 중에서

‘따거’를 그렇게 재미나게 따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본토를 일주하며 따거와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일어는 여전히 우리말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으리라.

어릴 적 다행히 한자를 조금은 배워 낯설지는 않다.

한국말도 잘 못할 때가 있고,

심지어 머릿속에서, 일상에서 사라져 가는, 여전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한글이 좀 많을까?

하물며 일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라면 …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일상에서

매일 10분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언어를 습득하면서 알게 된다.


하루 왕창 100분이 아니라 매 하루 10분.


인생살이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타인의 언어를

따라 하며, 말하며, 생각해 본다.


내가 의도한 만큼 제대로 전달했을까?

타인이 의도한 만큼 내가 받아들일까?

이해하려 마음을 열고 노력은 했을까?


이방인이 모국어를 쓰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무슨 말이든 듣고자 하면 들린다.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재차 확인한다.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

상황을 인지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응대를 할 수도 있다.



설과 함께

나잇값의 무게추가 좀 더 기울어진다.

타인을 수용하고, 나 자신을 자연스레 표현하는 것,

함께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어 주는 것

옹졸한 내 가슴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모국어는 세상의 아주 작은 극히 일부라는 것만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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