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함께하는 노부부
오후 늦게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오래간만의 자전거 타기라
밖에 나가 공용 펌프로 공기를 채워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래저래 동네 구경하다
‘그래도 노을 맛은 한 번 봐야지.’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을 돌려 다시 호수로 갔다.
뜨거운 여름 오후를 열심히 달린다.
저 멀리서 무더운 오후 호숫가 평범한 차림새, 상의를 탈의한 길쭉한 아저씨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모양인데 날쌔게 달리는 내 모습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사실 나는 호숫가를 지나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지나가던 10 여살 돼 보이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치도 않게 꼬마가 내게 먼저 물었다.
‘혹시 저기 아파트에 사느냐?’
‘맞다’
‘어제 내게 손을 흔들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아, 기억난다. 어제 오후에 아빠, 엄마랑 달리던 …
나도 네가 좋아서 좋다.’
저 멀리 태양이 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시 돌아와야 했다.
순식간에 강한 충동이 일어 멈춰 섰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사진을 찍겠다고 양해하고 찍고,
보여드리고, 글쓰기에 쓸 것임을, 흔쾌히 허용해 주신다.
‘(할머니) 호호, 잘 나왔네.‘
‘(할아버지) 반대쪽을 봐라. 저기 구름이 참 이쁘다.‘
‘맞다. 캔버라에 있는 미술박물관에 있는 풍경화에서도 비슷한 걸 봤다.
참 이뻤다.‘
‘(할머니) 그래? 내일 가봐야겠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조사(釣士)들과도 재미가 어떤지, 면허가 필요한지,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어디서 구했는지, 오늘의 조과(果實)에 대한 기원을 하고 돌아왔다.
일상의 아름다운 하늘과 땅, 아무런 격의 없는 사람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