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친구들을 위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드라마, 가수, 김밥 등을 물어왔다.
심지어 내가 가보지 않은 호주 현지 한국 식당 중에서 가장 맛있을 곳을 알려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가족 여행 중에 시드니 한적한 곳 카페 앞을 지날 때 갓 제대한 ROKA(Republic of Korea Army) 상의를 입은 작은 아들은 쑥스런 마음으로 한국적 상징으로서 함께 사진을 찍어 드렸다.
한참 전 진짜 한국식 김밥을 맛볼 수 있겠냐는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막상 한국을 대표해 만든다는 자의식 과잉으로 차일피일 미뤘다.
마침 아이들이 호주로 오는 길에 한국산 김을 부탁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한국산 부드럽고 향기 가득한 김으로 만들면 좋겠다 생각해서이다.
평소 한국에서 가족들을 위해 만들 때면 특별히 김을 사러 가지 않는다. 주식과 다름없는 반찬으로 이른바 ‘곱창김’이라 불리는 파래김을 이용한다. 구멍이 숭숭 나 있지만 김 2장을 겹쳐 만들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국 슈퍼에 가서 농협 쌀을 샀다. 일반 슈퍼라면 초밥용 쌀을 사면 된다.
바람 날리는 쌀은 아무리 물을 많이 넣고 밥을 해도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찰지게는 되지 않는다.
김밥은 김이 있으면 10, 밥준비하면 30, 재료준비하면 80, 싸면 90, 자르면 100이 되고, 이쁘고, 먹기 좋게 놓으면 110이 되지 않을까?
사실 각 부분이 놓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동등하다고 해야 하나?
주재료
- 밥은 적당히 건조하게 (사실 질지만 않으면 충분하다) 짓고,
- 오이는 원하는 바에 따라 적당히 잘라서 소금 간을 하고,
- 당근 역시 비슷하게 소금 간을 하거나,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촉촉할
정도만 익히고,
- 시금치는 잘 씻은 후,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이 역시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촉촉해질 정도만 익히고,
- 어묵을 채 썰 듯 썬 뒤, 프라이팬에 어묵이 부풀 정도로 살짝 익힌다.
- 달걀 서너 개를 풀어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마치 얇은 전을 부치듯
김밥 하나에 들어갈 만큼씩 부쳐내고,
- 논란무와 우엉은 사 오는 그대로.
조리순서
- 밥을 조금은 식혀 다루기도 쉽고, 과도한 물기를 날린다.
- 밥에 밑간으로 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을 넣고, 잘 섞어준다.
(금방 먹으려면 식초 간을 해도 되지만, 두고 먹으려면 식초 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 김 한 장에 밥을 얇게 펴서 거의 끝까지 다다르게 하여 감았을 때 떨어지지 않도록
- 달걀을 올리고,
- 노란 무, 우엉, 오이, 당근, 시금치, 어묵을 김 한 장의 1/3 ~ 1/2 사이 정도 채운다.
- (호주에서는 따로 김밥을 싸기 위한 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앙을 시작으로, 좌우 끝을 조심스레 말면 김밥이 터지지 않게 된다.
- (특별한 부탁을 한 친구의 청이 있기도 해서) 김 한 장을 반으로 잘라 오이, 노란 무, 당근 등의 독무대로 만들어도 좋다.
참으로 세상 간단한 김밥 만들기!
아내 역시 내 친구들 덕에 오래간만에 김밥을 맛나게 먹었다.
(내일 친구들이 좋아하기를 바라본다.)
덤으로 형형색색 재료와 색, 모양을 이쁘게 잡아두면 먹는 즐거움도 배가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된장 미역국과 함께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