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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Feb 05. 2021

12. 자존심이 상합니다

회사이야기

 오늘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귀가 빨개졌습니다. 반박하고싶은 욕구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또 차오르는데 참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그린입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오늘도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나 하려고합니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오전에 왠만하면 외근 나가지 않는데 오늘은 오후에 사무실에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로 인해 또 제가 맡은 브랜드 일들이 많아서 제가 오전에 외근 나가기로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퀵아저씨 모드로 이리저리 물건을 전달해주고 점심먹고 다시 일 보고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회사에 들어올 땐 일처리하고 끝난게 아니라 또 일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바쁩니다. 


 그런데 그 일들을 처리하는데 유명 브랜드 디자이너가 저한테 카톡을 했습니다. 그린씨 ㅇㅇ컬러, ㅇㅇ컬러 두개 3KG씩 발주한거 혹시 언제 나와요? 라고 묻길래. 공장 상황도 있고 설날도 껴있고 해서 아마도 2월 26일 아니면 3월 초로 넘어갈 것 같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잘 끝난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더군요 ㅋㅋㅋㅋ 바로 사장님한테 팀장이 전화합니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사장님이 젠틀하게 받아주시더라구요. 그때 느낌이 빡왔습니다. '아, 납기 때문에 그렇구나.' 제 예감은 맞았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젠틀하게 전화를 끊고 저한테 납기를 왜 그렇게 주냐고 뭐라하십니다 이 브랜드 중요한 브랜드인데 그렇게 주면 발주하겠냐고 뭐라 하십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가십니다. 


사장님 : 그린씨 도대체 왜 샘플을 염색하나? 

김그린 : 아.. 샘플은 메인오더로 연결되기 위해서 합니다.

사장님: 그걸 아는 사람이 그렇게 납기주면 어떻게? 발주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이 브랜드 얼마나 중요한 브랜드인데 발주 많이 하는 브랜드니까 신경 많이써 
김그린: (이 순간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답답함과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반박하고싶은 마음을 참았습니다.)
           (만약, 제가 대답했다면 100가지의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저를 더 뭐라고 하셨겠죠. 
            하지만 저는 올해초 제가 작년에 맡은 브랜드 발주량을 조사했습니다. 사장님이 얘기하시는 브랜드
             4-5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맡은 브랜드 중에서 상위에 속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애써야하는 브랜드 아닙니다. 라는 말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끝나고 귀가 빨개지고 한숨이 크게 자동으로 나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었습니다. 지금 여러 브랜드가 스팟으로 진행하는 건도 있고 년초 염색 진행이 많이 밀려있기도 합니다. 그런것들 생각하고 설날생각해서 납기 줬는데 무조건 빨리 주라고 합니다. 억울했는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지 라는 문구를 내 머리속에 되새기며 넘겼습니다. 


 마지막 5시 51분 퇴근시간 다가오는데 어느 브랜드에 디자이너가 퀵 부를 테니 샘플을 준비해달라고 합니다. 또 다른 분은 발주서를 제대로 기입하지 않고 보내서 그걸 설명해주느라고 6시를 넘깁니다. 쌓이고 쌓이니까 짜증이 가득한채 차타고 집으로 달리다가 눈물을 흘리며 집에 갑니다. 안구에 와이퍼 달고 집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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