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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Mar 01. 2021

21.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의이야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내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내랑 같이 집으로 퇴근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보통은 자차를 가지고 출근하는데 곧 회사를 그만 둘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전철 탈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내는 곧 회사를 그만 둘 예정이고 스윗한 전철 여행도 이제 당분간은 못할 예정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버스는 왔다. 퇴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빈자리들이 눈에 보였다. 나는 맨뒤의 4개의 좌석 중 한 자리를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각선에 아주머니가 반대편에 있는 청년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청년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기에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계속 시도하려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내가 여쭤봤다. 


 김그린: 아주머니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아주머니: 사당을 가야 하는데 어디서 가는 게 나은지 몰라서 청년한테 물어보려고 그랬어요 

 김그린: 제가 찾아봐 드릴게요! 잠시만요 
 아주머니: 청년, 휴대폰 사용할 때 엄지손가락 'ㄱ'모양으로 내버려두면 나중에 늙어서 고생해요

 김그린: 아 그런가요! (이때부터 손가락을 일자로) 계속 'ㄱ'자가 될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폈다.


김그린: 아주머니가 가시려는 목적지는 ㅇㅇ역에서 갈아타셔서 가시는 게 제일 빨라요.  

아주머니: 음... 그러면 내가 ㅇㅇ역(내가 얘기해 준역 아니고 다른 역)에서 갈아타는 게 낫겠네요 고마워요. 

               얼굴도 잘생겼네.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 잘해요. 고마워요! 

 김그린: (반지를 보여주며) 저 결혼했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기분 좋음)

 아주머니: 아휴! 그랬구나 젊어 보이는 데 결혼 빨리하셨네 행복한 결혼 생활하세요! 고마워요. 

 김그린: 감사합니다! 


 대화가 끝나고 나는 아주머니의 어려운 심정이 공감이 되었다. 나이가 많이 들었고 몸도 움직이기 불편하시고 한 손에는 손수레를 들고 있었다. 어딘가를 간다는 것 자체가 큰 에너지 소모일 거라는 생각에 안쓰러웠다. 또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지도를 보고 요리조리 가지만 어른들은 스마트폰 조차 짐이기에 사람들에게 물어서 물어서 가는 그 모습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 후 ㅇㅇ역 정류장에 버스는 도착했다.

 아주머니: 여기서 내리는 게 빠르겠어요 


 아주 짧은 문장과 웃음을 지어주시면서 내리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걱정이 되었다. ㅇㅇ역 지하철은 만원 상태가 비일비재한 곳이었다. 아주머니 손에는 손수레가 있었으니 더 걱정이었다. 사람들이 불편해하면 어쩌지 짜증내면 어쩌지 잘 가셨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짧은 시간에 나는 지도 하나를 켜고 검색을 했을 뿐인데 상대방의 입에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박하고 개인적 삶을 살아가는 상황이 익숙한 이 시간 속에서 또 코로나 19 때문에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말하는 게 어려운 이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입술에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귀 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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