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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Feb 27. 2021

20. 나는 또 눈물을 흘렸다(2)

나의이야기

 https://brunch.co.kr/@obeyvictory/21


 지난번 이야기에 이어서 계속합니다.


 마음이 무거운 채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샤브샤브 뷔페 집을 가서 마음껏 우삼겹살도 구워 먹고 샤브샤브 고기도 구워 먹고 배를 든든히 채우고 있었다. 예배드리고 좋아진 척하려고 야채, 고기 등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아내 보고 앉아있으라고 하고 내가 하겠다고 말하면서 양식을 채웠다. 양식을 채우면서 배가 부르면 아내도 더 기분 좋아지겠지. 부족한 재료들을 갖다 주면 아내는 내가 기분이 풀린 줄 알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는데. 부부는 하나라는 점이다.


 아내는 내가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모른 척해준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우리 교회 멤버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큰누나: 오늘 예배 시작부터 왜 울었어? 뭔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아내: 오늘 아침부터 티격태격했어요. 혼자 녹음한다고 방에서 못 나오게 하고 그린이가 완전 이기적으로 행동하기도 했고 저도 화가 머리끝까지 차니까 폭풍처럼 따발총을 쏘아대며 말했어요.

 큰누나: 아, 그랬구나! 오늘 게스트가 오는 걸 알았을 텐데 너희가 늦게 와서 좀 놀랐어! 무슨 일 있나? 했지.

 아내: 티격태격하고 저희 아빠도 집에 잠깐 들르시고 그래서 준비하고 후다닥 하고 가야 하는데 빨리 가야 할 땐 늦게 가고 늦게 가야 할 땐 빨리 가는 그린이 모습 보다가 교회 도착하기 20분 전에 "우리 빨리 가야 하는데 늦게 갈 거야?"라고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빨리 가더라고요.

 큰누나: 그러게 오늘 게스트 스피커한테 마이크 스탠드 가져다주라고 했는데 어물쩍 거려서 나도 이상했어! 그린이가 빨라야 할 땐 느리고 느려야 할 땐 빠르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그린: .... (여기서 마음이 확 상했다. 웃는 척만 계속하고 마음은 덜 풀렸는데 더 마음이 상했다.)

  

 나는 그렇게 눈치 보다가 자리를 떴다.


 다음날, 나는 여전히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 예배를 드렸다. 당연히 맡은 역할이 있어서 드려야 하는 것도 맞았고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감정 때문에 이 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예배는 잘 드리고 그 후 다시 우리는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은 목적지에 먼저 도착했었던 상황이었고 아내와 나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아내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아내: 나한테 기분 나빠요?
 그린: 아니요. 아내한테 나쁜 거 전혀 없어요.

 아내: 그런데 왜 기분 나쁜 티 팍팍 내요?
 그린: 아니에요. 아내한테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아내: 그린이가 그러니까 내 감정도 상할라고 그래요 그러나 이 감정에 동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왜 그러는 거예요? 이야기하고 가요.

 그린: 아내한테 그런 게 아니라 그게...(말을 잘 못했다. 실제로 어제의 대화 부분에서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못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모든 감정과 내 몸의 모든 기능이 정말 다운되어있었다. 그리고 온 세상 수분이 내 눈가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이고이 떨어졌다. 뚝... 뚝... 뚝 그리고 억울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내가 느끼기엔 어제 내가 빨리 가야 할 때 느리게 가고 느리게 가야 할 때 빨리 간다고 느꼈겠지만 나도 운전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있었고 앞에 차가 있었다. 그 전에는 나도 빨리 갔다.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 아내가 하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나도 느끼는 부분이 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큰누나가 어제 마이크 스탠드를 게스트 스피커에게 주라고 말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게스트 스피커는 내게 계속 안 줘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내가 머뭇머뭇거리다가 준 건데.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라고 이야기를 더 쏟아내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아무 말 없이 안아줬다. 더 울라면서 안아줬다. 그리고 내게 "부부는 하나인데 내가 그린이 마음 모를까요? 기분이 안 좋은 게 다 티가 나는데. 왜 그러지? 아직 해결이 안 된 건가?라는 마음이 계속 들었고 기도했어요. 내가 너무 그린이한테 아침에 엄청 쏘아대면서 말하고 늘 받으려고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요."라고 이야기해줬다.


 내 마음이 많이 풀렸다. 그냥, 아내가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많은 위로가 담겨있었다. 사실, 더 울고 더 쏟아내야 하는데 이 날은 아내의 허그 하나만으로 많이 풀렸다. 때로는 더 많은 말보다 포옹 하나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 내가 아내에게 그렇게 심하게 뭐라고 말할 건 아니잖아?라고 말해서 풀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했고 진심으로 행동하니 그 따스함이 내게 전달되었다. 회사 일도 몰리고 내 힘으로 감정을 풀려고 하다 보니 일은 더 꼬이고 억울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아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소화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나를 사랑하는 그녀가 이해해주니 그 보다 더 좋은 위로는 없었다.

사랑해요. 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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