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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May 11. 2020

5. 니들이 하는 고백, 내가 하는 고백

연애이야기



 나는 화이트데이 주주였다. 화이트데이 때 나도 한번 연애해보겠다고 빡빡머리로 이 여자 저 여자 쫓아 사탕 사들고 고백했기 때문에 그리고 다 거절당했기 때문에 결국 롯데제과, 해태제과 그리고 팬시 문구점에 큰 도움 만주 었다. 맨날 도움만 주고 살다가 나비처럼 날아서 벌 쏘았다.

 고백할 때, 제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미디어 매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로망을 일으키고 당신의 마음을 자극하니까 감성을 내버려두질 않으니까 말이다.

두 번째로 꼽으라면 주변 사람들 일 것 같다. 누가 다이아반지를 주었다더라, 고백을 이렇게 했다더라 등 그래서 대화가 별로 없는 남자분들은 "아..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라고 입력한다. 입력한다. 응용은 없다. 여자는 기대감이 더 커지는 게 대부분일 것 같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며

 로맨틱 프로그램 중에 내가 요즘 즐겨보는 하트시그널3 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재미있다. 보통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자기 마음을 보여주거나 쿨하게 직진으로 가기도 하는데, 요즘은 정말 각양각색이라고 느낀다. 두 여자의 모습을 보았는데 한 여자인 이가흔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남자한테 일방통행이다. 매력을 뿜어낸다. 남자가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어필한다. 다른 여자인 박지현은 내가 너무 그 사람에게 빠져들까 봐 한 걸음 물러나다가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이제는 적극적으로 한다. 나는 골인해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하트시그널3' '박지현', 동아일보, 2020년 5월 11일 접속,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507/100936507/

 

 미디어를 다 욕하는 건 아니다. 나도 고백해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많이 했다. 정말 영감을 불어 일으킨 고백 이벤트 중 하나는 '절대 거절 못하는 포스트잇 프러포즈'라는 유튜브 영상인데 내가 속으로 '이건 대박이다. 나도 이런 고백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아내랑 같이 카페 일하면서 저먼 안드로메다로 사라졌다.


'절대 거절 못하는 포스트잇 프러포즈', 유튜브-포스트잇,               2020년 5월 11일 접속


 나는 아내에게 프러포즈할 때 정말 어려웠다. 센스가 너무 있고 눈치도 엄청 빠르고 우리는 연애하면서 동선 패턴도 거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 4년 차면 거의 다 알기도 아는데 아내랑 4살 때부터 친구였다면 더 이상의 빈틈이 존재했을까? 프러포즈의 계획을 생각하다가 이제 막 신혼이었던 친한 형, 누나의 집에서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17년 9월 17일 신혼집에 초대가 되어서 다 같이 약속을 잡았다. 누가 남의 신혼집에서 고백하려 하나. 아내는 센스가 넘치는데 나는 눈치와 염치가 너무 없다.

 그 후 프로젝트를 실행했는데 준비물은 프러포즈 영상, 프러포즈 링, 꽃, 제작 케이크로 했다. 첫 번째, 2주 정도전부터 영상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친한 형의 도움을 받았다. 형 꿈에 아내와 내가 갑자기 결혼한다는 꿈을 대신 꿔주기도 했다. 영상 편집해주는 업체들도 많은데 똑같은 프레임으로 사진만 바꾸는 격이라 싫었다. 금손 형은 편집의 대가 이자 아이디어도 좋고 트렌드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정말 좋은 영상이 준비되었고 친한 형, 누나네 결혼식 영상을 미리 받아 뒤에 연결했다.

 두 번째, 꽃과 케이크를 주문했다. 아내는 꽃을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열렬한 사랑'이라는 꽃말에 꽂혀서 장미로 선택했다.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는 싫었고 그렇다고 보기만 이쁘고 맛없는 케이크는 싫었다. 그렇게 주문을 이뤄냈고 생화 장미 데코에 안에는 무화과로 이뤄진 케이크가 프러포즈 케이크가 되었다.
 세 번째, 아내의 친척 언니가 은 공방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메시지를 새겨서 반지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첫 커플링도 중요했고, 프러포즈링은 남들처럼 다이아 반딩을 해주진 못해도 정말 의미를 가진 반지를 선물하고 싶었다. 반지의 제왕 완, 투, 뜨리 처럼 말이다. 첫 번째 커플링을 할 때 반지 공방에서 같이 만들었는데, 반지 두 개를 붙이면 하트가 완성되는 커플링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좋아하는 말을 새겨 넣었고 아내의 검지에 맞게끔 제작에 들어갔다. 문제는 9월 16일 날 받아야 했는데 택배가 많이 밀려서 제때 도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처제에게 부탁해서 홍대에서 예쁘고 심플한 가드링을 급하게 구매했다. 오 나의 인생 이어.

 프러포즈 당일날 한 사람 빼고 다 알고 있었다. 누나들이 치킨을 사러 밖으로 나가고 자연스럽게 형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를 놓고 왔다고 가지고 나오라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형이 나가기 전에 결혼식 영상 먼저 보고 있으라고 딱 세팅해주고 나갔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멘트를 남기곤 비켜주셨다. 이후 우리 둘만의 시간 결혼식 영상이 끝나고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와 그간 지냈던 우리 둘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눈가를 스쳐 지나간다. 프러포즈 케이크를 꺼내고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내며 "나랑 결혼해줄래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내가 감동을 엄청 받아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Yes, I will"라고 외국 로맨틱 영화처럼 대답했을 리는 없고 "모야~ 당연하지" 와락 안아주셨다.  



 '고백'이라는 것, '프러포즈'라는 것. 그것은 남들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여자는 호텔룸에서 하트 초모 양에 불을 켜놓고 로맨틱한 방을 꾸며놓고 식사를 하며 나랑 결혼해 줄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고 어떤 남자는 포스트잇처럼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고백할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의 관계다. 얼마만큼 서로 알고 있는지, 얼마만큼 희생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 사랑할 수 있는지 다시 확인해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 아닌가? 그것을 바탕으로 연애 초반부터 하나하나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안다면 성공적인 프러포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 똑같지 않아도 된다. 영원한 다이아반지가 아닌 널 사랑하겠다는 나의 행동들이 마음들이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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