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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오선생 Jun 07. 2021

1. 임신한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 이야기

이야기를 시작하며


결혼하고 6년째.


우리는 아직 아이가 없다.


늦게 가지려고 한 것도 있지만 잘 생기지 않은 것도 있다.

난임 병원을 처음 갈 때도 우리는 시술 한 번이면 끝날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술이 3, 4번 지나고 달력의 숫자는 바뀌어 갔다.

숫자가 주는 압력은 대단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자신감은 떨어졌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이가 없는 열등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지지 않으려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은 달랐다.



이 느낌은 뭘까. 약간 익숙한 느낌이다.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해보면 아침에 지하철을 탔는데 모두 대학생이고, 

나 혼자 재수생일 때의 기분이었다.


물론 난 남편이어서 이 정도지 우리 아내는 더 힘들어했을 것이다.

친구 들 중에는 가장 먼저 결혼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먼저  임신했다. 


그 친구들에게 축하의 메시지와 선물을 보내는 모습을 볼 때 

"역시 우리 아내는 속이 참 깊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느 날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보았다. 


미안하고 미안했다.



난임 병원을 처음 간 날.

우리나라가 과연 저출산국인 이유가 뭘까?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아이를 갖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저 출산국일까.

병원은 깨끗했고, 모두 친절했다. 

배려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사무적인 몇 분에 마음이 조금 상하기도 했다.


뭐 이 정도면


좋았다.


아내와 나는 장난이 많다. 물론 장난이지만 당하는 건 언제나 나다. 

아내가 갑인 것 같은 느낌은 나만 그런 건가.

이런 우리 부부도 병원에 들어가면 조용히 있었다. 병원에는 서로 조용히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았다.


난임. 

병원 다니면서 알게 된 점은 임신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사 결과는 멀쩡한데 아이는 왜 안 생길까?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답은 없다.


병원을 다녀오면 난 말없이 집을 치우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주변을 깨끗이 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게 난임의 이유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또 지났다. 

선거는 두 번이나 치렀고, 같은 계절이 두 번이나 반복되었다.


우리는 시험관 시술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시험관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시술 전에 과배란 약을 먹고, 아침마다 배에 주사를 넣는다. 

아내를 보는 모습이 항상 너무 안타까웠다.

배는 항상 더부룩하고, 아파했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

시술 후에는 밥만큼 약을 먹었다. 



대학 때 만나 8년을 연애하고, 6년의 결혼 생활을 하고.

너무나 귀여운 아내가 어느 순간 연인에서 소중한 친구가 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소중한 친구는 가족이 되었고, 나의 반쪽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시험관을 하고 10일 정도 지나면 임신이 된 지 확인할 수 있다. 

임신 테스키를 사용하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번의 시술 후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했지만 항상 한 줄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우리 부부는 병원에 가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자고 말하지 못했다.

아내랑 나는 이미  포기하고 있었고,

결과를 보기도 전에 확률이라는 숫자를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 되면 로또야." 

우리 아내의 이 말이 마음에는 안심이 되었다. 

 

기분 전환이라고 할 겸 공원을 갔다.

하지만 다투고 말았다.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 서로를 겨누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라는 글을 남기고 있었다.


우리는 임신테스트기 검사 결과  없이 병원을 갔다.

바로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수치가 100 이상이면 임신이라고 했다. 


결과는 1시간 후에 알려준다. 


우선 우리는 집에 먼저 왔다. 


"괜찮아. 우리 둘 만  있어도 너무 좋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갔다.



하지만 아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 폰에는 땀이 흥건히 묻어 있었다.


(이야기는 매주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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