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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오선생 Apr 24. 2022

2. 이름을 짓다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름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사람이 태어났을 때 평생 부를 수 있게  부모 등이 지은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사실 엄청난 일이다. 

한 사람의 평생을 결정짓는 일이니까. 어떤 물건 등에 이름을 지을 때 그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짖는 것이 보통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처음 아기가 태어났을 때, 산모의 이름을 따서, 누구누구 아기 1, 누구누구 아기 2로 적어 놓는다. 그게 가장 정확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근데 사람의 이름을 짓는 일은 물건의 이름을 짓는 일과 다르다. 현재 아기의 특징도 모르고, 성격도 모르고, 성향도 모르고, 단지 부모의 마음으로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정하기 때문에 이름을 짓는 일은 어려우면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무섭기도 하다. 

 

난 성격이 덜렁대고, 급하게 무슨 일을 결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위대하고 엄청난 일은 우리 아내에게 맡겼다. 사실 맡기지 않아도 내 의견이 반영될 리가 없을 것 같았고, 아내가 정한 이름을 적당히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일에 마음을 쏟기로 했다. 또 마음 편히 이 위대한 일은 당신에게 위임한다는 미사여구의 표현을 쓰며 슬쩍 미뤘다. 


아내는 이름을 임신 기간 내내 고민했다. 끊임없이 생각한 이름을 나에게 물어봤다.  처음에는 그냥 다 좋다고 했는데, 직업  특성상 정한 이름과 동일한 학생이 떠오를 때마다 안 된다는 말이 입에 나왔다.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지만 아내가 정한 이름 중에 많은 이름을 안 된다고 했던 것 같다.


이름을 정하면서 아내는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주변에서 이 이름은 어떠냐, 저 이름이 어떠냐를 말하다 보니까 끊임없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렵게 생각한 이름이 별로인가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물론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내는 본인의 주장을 당당히 밀고 나가는 성격이어서 주변이 뭐라고 하든 정한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하라는 명령을 나에게 내렸다. 

 

햇빛 윤, 재계할 재 : 햇빛처럼 밝고 몸과 마음을 정돈하여 훌륭한 사람이 돼라

윤택할 윤, 밝을 오 : 윤택하고 햇빛처럼 밝은 사람이 돼라 


두 명이 이름을 출생 신고하러 갔다. 인터넷으로 해도 되지만 꼭 출생신고는 수기로 하고 싶다는 아빠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 이름의 한자를 계속 곱씹으면서 걸었다. 걷다 보니까 이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훌륭한 사람, 밝은 사람이 돼라 등의 의미가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해야 할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윤재, 윤오라는 이름을 누가 가장 많이 부를까라고 생각해보니, 엄마란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본인 이름을 부를 때는 귀여운 척을 했을 때, 군대 갔을 때 등인데 그 밖에는 모두 내가 아닌 남이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 이름은 내가 많이 부르는 것이다. 아이들의 이름 뜻도 부모인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변한다는 의미가 이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출생신고 종이에는 빈칸이 상당히 많다. 내가 모르는 내용도 많고 일일이 서류를 확인하면서 써야 하는 것들이었다. 본적 등을 찾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고, 우리 아이들의 출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출생신고는 아이를 신고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부모도 자신의 태어남을 다시 고민하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생신고를 하는 동안 직원분도 이름을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여러 등록이 끝난 후에 주민 등록 등본 한 통을 무료로 받았다. 무료로 받는 것 중에 가장 기쁜 선물이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이름 아래에 있는 아이들의 이름. 시간이 지나면 등본에서의 위치가 변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지만 종이 한 장에 느껴지는 그 따스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돈을 내고 등본을 5통이나 출력했다. 너무 과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그냥 많이 가지고 싶다는 마음에 뽑았다. 나중에 아내한테 등짝을 맞겠지만.


신고를 마치고 여러 혜택에 대한 추가 등록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름을 정하는 일이 일방적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평생 쓸 이름인데 정작 본인의 의견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살면서 바꿀 수도 있지만 현재는 우리 아이들의 의견은 반영이 안 된 것이다. 나중에 컸을 때 한 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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