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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원 Mar 04. 2021

Ep. 9 우생마사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어구를 배웠다. 홍수가 날 때 말과 소가 대처하는 방식을 빗댄 표현이라고 한다. 말은 강한 물살을 거스르며 뭍으로 가려다 힘이 빠져 물에 빠지지만, 물살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내려 가던 소는 결국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지난 몇 달간 내게 일어난 홍수에 휩쓸려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편해지며 부득부득 버르적거리던 몸짓을 멈출 수 있었다. 일단 읍소하여 급한 마감 하나를 미루고, 몸에 힘을 뺀 채 내처 잤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내가 처한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어떻게든 살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심지어 몇 가지 액션 플랜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 자세교정 겸 체력증진을 위해 개인 피티를 받고 있는데 트레이너의 동작 세는 방식이 재밌다. 리버스 크런치 11개를 해야하면 7개 + 2개 + 2개로 나눠 생각하라고 팁을 준다. 그렇게 하면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갯수를 채우는 것보다 한 동작 한 동작 매 동작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처음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버티다 확 놓아 버리는 경향이 있는 내게 우생마사와 '7개+2개+2개 전법'을 합치면 당장은 뭐라도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애써 내가 처한 상황을 축소하려 들지 말고 (그렇다고 과장하여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도 경계하며), 홍수가 났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흐름에 몸을 맡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기로 한다. 일단 앞의 7개만 생각해서, 리버스 크런치 7개만 동일한 수준으로 실행하는데 집중해 보자. 그런 의미로, 비록 짧지만 브런치를 재개한다. 











Photo by Amy List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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