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불편해지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참 많은 편리함 속에 묻혀 살아갑니다.
편리하게 해주는 수많은 도구와 장치들로 인해서 우리는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듯이 보입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몇 걸음 걷지 않아도 먼 곳까지 쉽게 갈 수 있고 배가 고플 때는 끼니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알려주는 편리한 서비스는 이미 일상입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런 삶에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편리함은 달콤한 유혹입니다. 하지만 편리함이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일까요?
끼니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중요한 일상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사람들은 가족들을 위해 손수 끼니를 준비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하고 식탁에 둘러앉아 가족들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을 '식구'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주문하면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주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그럴듯한 끼니가 완성됩니다. 한 번의 식사를 위해 몇 시간을 들여야 했던 수고는 단 몇 분으로 끝납니다. 분명 세상은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나를 위해 또는 나와 함께 먹을 사람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을지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꼼꼼히 고르고 정성스럽게 손수 요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성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편리한 삶이 자리 잡으면서 끼니의 목적은 그저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만으로 남아버렸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여러 교통수단을 이동하다 보면 밖에 있는 시간은 많지만 정작 시간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기도 합니다. 시간의 변화를 느끼면서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것 또한 행복한 삶을 지탱하는데 중요한 부분이지만 바쁘게 하루하루를 사는 지금의 사람들에게 시간의 변화를 느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사치스러움으로 들릴 수 도 있습니다. 이동에는 목적지를 가기 위한 여정이 있었습니다. 느리더라도 길 위에서 온전히 세상과 맞닿아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나뭇잎의 색, 하늘의 깊이와 구름의 태, 바람의 무디어짐 또는 날카로움을 온몸으로 맞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있는 곳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쁨이 미덕이 되어버린 지금은 빠르고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 대신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노력해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살면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여러 가지를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잃고 살지 않는지 혹은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봤으면 합니다. 원래 편리함은 삶을 바쁨 속으로 몰아넣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여유로움을 찾기 위해 필요한 윤택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서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면 쉽게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과 우리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불편한 생활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