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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oJang Dec 30. 2016

히말라야, 그곳에 가다 (1)

아직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카트만두

6시간의 비행.

비행기 창 밖으로 흐릿하게 히말라야 산맥이 보일 때쯤,

'우리 비행기는 곧 카트만두 공항에 착륙합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언덕 위에 빼곡히 자리 잡은 집들이 가까워지더니 비행기는 이내 카트만두 공항에 착륙했다. 히말라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지만 감히 가겠다고 나서지 못했던 곳이었다. 물리적인 거리로 따지자면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가깝지만 '히말라야'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 어디만큼이나 멀게 있었던 것 같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갈 수 없는 곳, 선뜻 가겠다고 하지 못했던 곳 그래서 지구 어디쯤에 있는지는 알지만 다른 별만큼이나 멀리 느껴졌던 곳, 그곳에 가기위해 지금 도착했다.

붉은 벽돌로 된 아담한 카트만두 국제공항 터미널

붉은색 벽돌로 만든 국제공항 터미널에 도착하면 'Welcome to Nepal'이라는 선명한 간판과 그 밑에 한글로 또렷이 적힌 '환영'이라는 글자가 네팔에 도착했음을 다시금 알려주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네팔에 대해 처음 접한 정보 중 하나는 '네팔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유롭게 움직인다'였다. 그래서 네팔에 도착해서 비자를 받을 경우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혹시라도 오래 기다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부지런히 재촉해서 다른 여행객 보다 입국장에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아차, 여긴 네팔인데... 급할 것도 없는데 좀 오래 걸리면 어떻길래... 내가 이렇게 서두르지?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여행에서는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말자. 여긴 네팔이다'


카트만두 시내로 들어오니 도로는 오토바이와 차들이 뒤엉켜 만들어 내는 경적 소리와 매캐한 매연이 가득 했다. 성글게 만들어진 건물들과 그 앞에 좌판을 벌인 네팔 상인들이 만들어낸 모습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네팔 대지진의 여파 때문인지 곳곳에는 아직 복구되지 않은 건물들이 있었고, 도로포장 사정도 좋지 않았다. 부유하지 않은 국가의 부유하지 않은 국민들이 받은 재난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못한 듯 보였다

도로 위에 수 많은 차들이 끊임없이 경적 소리를 내면서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는다 (Google Search)

카트만두는 안나푸르나의 도시, 포카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였다. 카트만두에 도착한 다음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이동을 해야했고 그래서 잠시 하루만 머물 곳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공항 근처 호텔로 예약하려고 했지만, 네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비용도 호텔보다 훨씬 저렴할 것 같아서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했다. 공항에서 가깝고 가족들이 사는 집에 방 하나만 내어주는 저렴한 방을 골라 진즉 예약을 하긴 했었다. 처음 가보는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의 집에 묵는다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니 그동안의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호스트 이름은 Ananda였는데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인도와 네팔의 관계, 명상 이야기, 오가닉 약이야기 등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관심을 가지고 해박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야기 도중 대지진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가끔 눈물을 보이며 그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대지진은 아직 그들에게 끝나지 않은 아픔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카트만두에서 하루 묵은 Ananda 가족과 저녁 식사

저녁이 되어 호스트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요구르트와 달밧, 로티로 된 전통 네팔 음식으로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낯설지도 않은 맛이었다. 달밧은 커리와 비슷한데 살짝 중독성 있어서 몇 번을 더 덜어서 먹었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가 달밧을 맛있게 먹으니 Ananda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옆에서 계속 국자로 덜어줬다. 어디 가나 손님이 맛있게 먹어주면 대접하는 주인이 행복 해하는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오랜만에 떠나온 여행이어서 그런지 제법 피곤했다. Ananda는 나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양해를 구하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내일 아침 일찍 안나푸르나의 도시, 포카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만년설 쌓인 히말라야 산맥이 꿈에 나오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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