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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오브라이언 Feb 08. 2022

미쿤다가 본 '레이 올덴버그의 세계'

[ 제3의 공간을 찾아서 ] - 그 세 번째 이야기

제3의 공간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주창한 '정겨운 공간(The Great Good Place)으로서의 제3의 공간'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심리학자이며 드라마티스트인 크리스티안 미쿤다(Christian Mikunda)는 2005년 그가 저술한 책 "제3의 공간(Brand Lands, Hot Spots & Cool Spaces)' 서문에서 레이 올든버그의 제3의 공간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 내용을 일부 옮겨보자. 다음은 한국어로 번역된 제3의 공간 중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레이 올덴버그의 세계 


플로리다 주의 펜사콜라에 가면 매주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경찰들과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는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라는 사회학 교수를 볼 수 있는데, 이제는 예전만큼 젊지 않다. 올덴버그는 자신의 친구들인 그 경찰들과 어울려 커피를 마시는 일을 '짭새들과의 커피 한 잔'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이 커피를 마시는 곳은 집 근처에 있는 '굿 네이버 커피숍'이라는 주점을 겸하는 커피숍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나 평범한 나무 탁자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이 집이 올덴버그의 저서, '정말 가보고 싶은 곳 The Great Good Place, 1999'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올덴버그는 그 책에서 보수적인 미국 지식인의 시각으로 미국의 쇼핑몰과 패스트푸드점에 혹평을 가한다. 올덴버그는 그런 곳들은 '갈만한 곳'이 아니라고 하면서 동네의 정보 교류처 역할까지 하는 동네 이발소, 점원과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서점 그리고 다른 손님 모두와 안면이 있는 동네 주점 등이야말로 갈만한 곳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몇 시간만이라도 부담없이 보낼 수 있는 이런 '옛날의 그 좋은 집들'을 올덴버그는 '제3의 공간'이라고 명하였다. 그런 제3의 공간들은 인위적으로 연출한 분위기가 없기 때문에 정감을 느낄 수 있고, 집 근처에 있어서 편리하며,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이질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같은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아쉽게도 이런 곳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올덴버그는 오랜 세월을 이어 온 유럽의 제3의 공간의 대표적인 예로 아일랜드의 주점, 이탈리아의 광장(piazza), 비엔나의 커피숍을 꼽고 있다.


.... (중략)


소니나 스타벅스가 자신들의 광고나 홍보를 통해 부각시키려고 했던 그 내용(* 자신들이 파는 것이 제3의 공간이라는 홍보나 광고)을 이제는 다수의 다른 기업들도 자신들의 장점으로 앞 다투어 내세우고 있다. 일시적이지만 자기 집처럼 느낄 수 있는 그 정서적 부가가치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레이 올덴버그는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다. 올덴버그가 비난했던 마케팅 지상주의자들이 이제 제3의 공간 개념에서 빠졌던 그런 내용을 보완하려 하니 말이다. 그렇기는 해도 손님과 한담을 나눌 수 있는 서점 주인이나, 손님을 모두 알고 반기는 바텐더 등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상당수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이제 그들의 빈자리를 인위적으로 연출된 수단이 채워야 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인간미와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기에 올덴버그가 미국의 마케팅 지상주의에서 나온 타산적이고 유치한 문화를 공박한 것은 그 나름대로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바뀌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케팅의 총체적인 노력인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가 일시적 도피처 대신 아예 꿈의 세계를 제공하려는 방향으로 바뀐 지는 불과 몇 년밖에 안 되지만 이제 그 추세는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


미쿤다는 연출마케팅의 대가다. 그런 그와는 달리, 올든버그는 사회학자이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 관점의 차이가 주목하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이 같다는 것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다. 그럼 실제로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공간'은 어떤 개념이었는지, 그의 저서에서 말하고 있는 '제3의 공간'에 관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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