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내 공간은 어떻게 변했나

처음부터 내 공간은 이 세상에 없었던 건지도 몰라...

by 제이 오브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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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스페인에서 내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었어. 2023년 8월 20일 경이었을거야. 바르셀로나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자리한 Can Lluire 농장의 한낮 기온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렸어. 퍼머컬처 강의를 듣는 동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지만, 실내에는 선풍기조차 없었어. 함께 온 사람들은 모두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지. 아시아인이라고는 나하고 중국에서 스페인으로 유학온 여자애 하나가 다였어. 영국식 영어 발음에 스페인, 독일 억양이 묘하게 섞인 다른 수강생들의 말은 비교적 알아듣기가 수월해서 편했지. 다들 미국식 영어가 아니라 유럽식 영어 발음이어서 그리 빠르지도 않았고 내 서툰 영어 발음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런데 그 무더위에도 강의실 밖으로만 나가기만 하면 오히려 시원해지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어.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살랑거리는 바람 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어. 거기서 나는 내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상상하고 거기에 심을 식물들과 공간의 기능에 맞는 오브제를 어떻게 구성할 지 고민했지. 각각의 공간이 가지는 기능을 생각해서 거기에 생성되는 자그마한 기후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그런 거. 이 공부는 자연의 에너지를 어떻게 붙잡아 활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낼지를 연구하는 게 다니까. 자연에서 오는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거나 소비해 버리면 안된다는 걸 배우는 거지. 퍼머컬처라는 게 저탄소 무공해 자연 농법이라고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거야. 내 공간을 그렇게 탄소배출없이 관리하면서 먹거리를 얻는 게 퍼머컬처인 셈이지.


그래서 많은 원리를 배우고, 그걸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지를 고민하는 거지. 그런데 놀라운 건, 거기 모인 30명 가량의 사람들이 텐트하나 배낭 하나씩 들고 왔다는 거. 한 여름에 모기에 뜯겨가며 텐트 치고 생활하면서 자연을 보호하며 먹거리를 얻는 공부에 2주 넘게 시간을 쓰더라고. 다들 불편해하고 불평하는 게 아니라 항상 즐거운 얼굴을 하고서 말야. 열흘쯤 지나고서야 난 알게 됐지. 이 사람들에겐 퍼머컬처가 공부가 아니라 그냥 일상 생활이라는 걸 말이야. 그게 어떤 원리인지도 모르면서 평상시에 에너지 낭비 없는 생활을 해오고 있었더라고. 1인당 한달에 5톤 넘게 물을 펑펑 쓰는 나라는 전세계에 대한민국 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


그렇게 나도 마음 공부를 하고 에너지 절약하며 살아야겠다 다짐하며 한국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그림도 그리고 퍼머컬처 강의도 하고 지냈어, 2023년, 2024년 두 해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 해 하고 절반의 날들을. 그런데 2026년 1월, 지금의 나는 그 전과 다르지 않아. 나도 한 달에 5톤 정도 물을 낭비하고 있더라고, 오늘 내 공간에서 말야. 작년 여름 무더위와 얼마전까지 이어진 봄날 같은 가을, 초겨울 날씨는 우리가 낭비하며 살아온 에너지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내 행동은 생각과 괴리돼 있는 거지.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그래서 아까 저녁 먹고 설겆이할 때에는 씽크대 수전 물을 졸졸 흘리며 가능하면 물를 적게 쓰려고 애써봤어. 이제 다시 정신차리고 물 아끼고 가스 아끼고 전기 아끼고 휴지도 아끼면서 살아가 보려고 해. 내 공간도 조금씩 더 비우고 아끼며 살기로 다짐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안녕, 잘 자. - 나에게 -


2026. 1. 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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