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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ul 11. 2022

아이. 그 앞에 선행되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책이 만들어지고 드디어 완성 된 후에 에디터님은 책을 들고 찾아와주셨다. 꽃다발까지 사서.


책을 받고 축의금을 건냈다. 결혼이 코앞이고 프로모션이 시작되는 그 주에 신혼여행을 떠나신다 했다. 유럽으로 여행가신다기에 유로를 봉투에 담아 전해드렸다. 당황하셨지만 받아주셨다.


함께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결혼 하기 전에 아이를 낳을지를 정하지 않고 결혼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조심스러웠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아이에 대한 확신이 없어보였다. 남편에겐 있을 것이고. 현실이 궁금했던 것이다.


난 아이에 대해 확신은 없었지만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옵션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결혼했다. 이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했다면 아이는 디폴트였다. 그걸 모를 수 없는 결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감당할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에디터님이 알고 계시는 거였다. 이 지점에서 나의 의사결정의 과정이 궁금하셨던 것이다.


아이를 낳을 것이냐 말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와 삶을 함께할 남자가 대한민국에사 사회생활을 하는 나(여성)의 삶의 고단함을 얼마나 인지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에서 육아는 여자들의 무덤이라는 공포감은 사회가 ‘나’를 존중하지도 않고, 그저 아이 낳는 기계 대우 정도뿐이라는 것. 경험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그 공포감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회 구조는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런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반려의 지지이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그것이 아이를 갖기 전에 느낀 가장 큰 공포감은 바로 이 것이었고, 여자로의 삶이 가진 한계와 괴로움이 어디서 온것인지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그런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공포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 이해하지는 못했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고 이해할 수있는 깜냥이 있는 남자였고, 그리고 이러한 나의 공포를 나는 숨기지 않고 공유 했다. 나의 까다로움과 예민함의 근원까지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그게 임신과 출산을 감내할 수 있는 시작이었다고. 대한민국에서의 여자의 삶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고 내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주고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로 넘기지 않고 고민해준다.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아이는 엄마에게  밀착하게 된다. 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냈고 2년을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남편과 거의 완벽하게 쉐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나에게 밀착하는 편인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의아빠는 육아에서 멀어지게 된다. 아이의 향은 누구도 예측할  없는 것이고 높은 확률로 엄마에게 밀착한다.


아이는 상상하지 못할 행복을 안겨준다. 그건 경험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그말. 그말밖이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또한 아이가 건강하기때문에 누리는 호사라 생각한다. 여기서 제일 무서운건 건강하지 않은 아이를 낳을때 엄마가 갖는 ‘죄책감’이다. 그런데 그런 죄책감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반려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임출육의 모든 순간을 옆에 서서 돕는게 아니라
 응당 뛰어들어 나눠야 할 일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남자여야 해요.
한국에 사는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남자가 그 시작이예요.
그 확신이 없으면 차라리 육아휴직을 안하는 쪽이 나을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나는 냉정하다. 나의 결혼이 옳았다 해서 타인의 결혼도 마냥 옳다 자신할 수 없다. 물론  내가 실패했다 해서 다른 사람도 실패할거라 생각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질문의 의도가 현실을 알고 싶은 것이었으니 알려준 것 뿐이다.


예전에 쓴 임신일기 책을 남편이 출산을 앞둔 지인에게 선물했다고 했다. 몇달이 지나고 남편은 지인이 그랬단다.

엄마 되기가 좀 덜 무서워졌어요.


그 분은 엄마되는 길. 무한한 책임감과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을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 나도 무서웠고 막연했다. 임신이 아니라 그냥 여자로 살기.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어려운걸까.


에디터님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니 “나나 나보다 더 어린 세대는 왜 여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들이 나왔는지에 대한 과정을 몰라. 결과만 알지. 그러니 여자들이 받은 배려를 특혜라 생각해. 그게 문제인것 같아”


참 어려운 문제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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