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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ul 19. 2022

단식까지는 못해도 줄이고 있다. 소비.

장하다. 나 녀석.

가산탕진. 그건  오랜 친구다. 타고나기를 호기심이 많다. 궁금하면 사봐야 하고 궁금하면 먹어봐야 하고 궁금하면 만져봐야 속이 시원한 성정이다. 물욕으로 이어지기  좋은 성질 머리다. 1년에 2천만 원을 버는 사람이 카드값 1 총액이 2500만 원이 되는  보면서 미쳤다 생각했다. 그리고 체크카드를 꺼내 들고 차분하게 소비를 절제하는 삶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야 했다. 어차피 나는 뛰어드는 것은 안 되는 성정이니 걸어라도 가야 한다 생각했다. 까다롭고 피곤하게 소비 통제를 하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통제일 뿐이다. 욕구는 통제할수록  무섭게 커지는 . 소비를 줄이는 것이 통제의 영역이 아니라 리터럴리 '생활'이어야 했다.


몇 년에 한 번씩 쇼핑몰 탈퇴하기도 주기적으로 해왔다. 광고로 들어온 이메일함을 보며 하나씩 들어가 탈퇴도 해보고 주민번호로 회원가입하던 시절에 가입했던 곳들 정리도 하고 별짓 다해봤다. 하지만 굳이 탈퇴하고 또 가입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더라. 그렇게 탈퇴를 하면 처음에 만든 아이디를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그럼 정체불명의 익숙하지 않은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고 나는 아이디도 비번도 몰라 들어갈떄마다 메모를 보고 로그인으르 하는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 이 또한 못할 짓이다.


카드 자르기. 이 또한 왜 고민하지 않았겠는가. 고민의 끝에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다'였다. 카드결제를 막느라 당장 캐시가 없으니 신용카드를 자르는 삶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지난 몇 년간의 나의 소비패턴을 한번 쭉 복기해본 적이 있다. 나는 외로울 때 돈을 많이 썼다. 그렇다면 외롭지 않게 살아야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런 삶을 위해서라도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을 했고 임신을 하며 소비에는 더 변수가 많아졌다. 나보다 더 알뜰하고 검소한 사람과 살면 그래도 충동적인 큰 소비들은 웬만큼 막아진다. 눈치를 본다면 눈치를 보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반려자와 발란스를 맞추는 것이 되리라.


우리 부부는 집을 사면서 거대한 지출을 해버려서 간이 작아진 상태다. 그러니 5만 원이 넘어가는 지출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더 쪼그라들어진 상황이라 아이를 위한 지출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매우 긴축 제정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를 위한 지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은 '새것'을 사지 않는 것이었지만, '새것'이 아닌 '중고'로 또 사재 끼기 시작하니 그것도 무서워지더라. 뭐든 딱 서서 멈추지 않으면 멈추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체크카드 라이프로 돌아서면서 조금씩 조금씩 줄어가던 신용카드는 임신으로 인해 다시 늘어났고 아이가 4살이 되는 지금이 되어서야 안정적인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레귤러 하게 나가는 돈을 신용카드 하나에 모아놓았고, 대충 한 달에 60만 원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나의 보험까지 하면 대략 90만 원의 고정비가 들어가고 여기에 중식대를 붙이면 120만 원 정도. 그리고 그 외의 비정기 지출은 또 다른 신용카드 하나에 모아두었다. 모두가 네이버 페이 포인트 적립 극대화를 위한 세팅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네이버페이는 우리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과 아이의 킥보드가 되어있다.


내일은 월급날이고, 나의 통장에는 35만 원이 남아있다. 다음 달 결제일에 갚아야 할 카드값은 이달 월급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저 35만 원은 남은 돈이다. 드디어 돈이 남기 시작했다. 남은 돈은 저축해두었다가 연말에 차 바꿀 때 보텔 생각이고. 월급 외 소득이 다 끝나고 이제는 더 이상 들어올 돈이 없는 상태였는데, 나의 소비패턴은 3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안정되어 있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장바구니에 담은 12만 9천 원짜리 바지 때문이다. 저축이 가능한 구조로 나의 삶이 정리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정말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 바지를 사지 않으면 나는 더 많은 저축이 가능해진다. 옷장에 있는 옷만으로 충분히 나는 생활할 수 있고 그 바지는 내 인생에 절실하게 필요한 옷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사지 않는 것이 맞다. 나도 내가 12만 9천 원을 결제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걸 결제한다 하더라도 내 통장에는 돈이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소비 단식까지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삶이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인 소비 단식이 필요하다면 서박하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렇게까지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소비를 잘라내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반성했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는 자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한다. 결심하고 행동하기를 반복하며 작은 성취들을 이뤄낸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지는 경험해본 자만이 안다. 나는 오늘 또 그렇게 작은 성취를 이루어 내었다. 내일도 모레도 또 작은 성취들이 쌓이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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