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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14. 2022

그렇게 200만원을 날렸다.

완전히 안전한 주식이란 없는 거지

우리는 뚜벅이였다. 둘다 서울의 대중교통수단의 힘을 사랑했고 또 의지했다. 아이가 없었다면 뚜벅이 인생을 고집했을 우리였지만 아이가 생기고 그건 이런저런 이유로 무리였다. 아이가 커도 아이와 대중교통수단으로의 이동 역시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첫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2012년식 차를 몰고다니기 시작했고 3년 가까이 아주 잘 타고 다녔다. 차는 10년이 넘은 차였고 25만km를 육박하는 거리를 내달렸다. 애초에 우리가 타기 시작했을때 이미 20만km를 넘게 뛴 차였고 그때도 이미 10년이 거의 다 된 차였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어디선가 찬 기운이 스멀스멀 들어오는게 느껴졌고, 여름이면 트렁크의 뜨거운 기운이 등짝에서도 팍팍 느껴졌다. 그래도 그만하면 건강하고 멀쩡한 차였지만 가끔 이유없이 덜컥거릴때 좀 무서워졌고 그렇게 우리는 신차를 예약 했다. 


반도체 이슈로 인해 차를 계약한다고 해도 11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일단 예약부터 걸고 봤다. 그리고 그때부터 현금은 무조건 모아두자 마음먹고 저축을 시작했다. 지난해 수술하고 보험금 받은거, 상금, 인세, 크고 작은 상여금들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 나의 올해 재무 목표 중 하나였다. 


별거 아니지만 별거였다. 어차피 월급을 제외하고는 쓸일을 만들지 않고, 쓸일이 있는 돈이 아니니 묶어 두면 된다. 물론 그 돈을 온전하게 지킨 것은 아니었다. 나는 150만원 짜리 중고 에르메스 시계를 하나 샀고, 시계에 대한 만족도와 무관하게 후회했다. 더 큰 돈을 만들 수 있었느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물론 시계는 너무 마음에 들고 또 예쁘지만 말이다. 


그렇게 150만원을 손댄 걸 제외하고는 나의 월급 외 수입은 고스란히 저축되었다. 10만원짜리 외고 알바도 10번 이상 차곡차곡 쌓이니 100만원이 넘는 큰 돈이 되었다. 원천징수를 떼고 받은 돈이지만 난 그 잔돈까지 그대로 채워서 넣었다. 그래야 힘이 나서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은 쌓이고 있었지만, 아직 돈을 쓸 시간은 남아있는 시점이었다. 1500만원 가량이 모여있었고, 뭔가 이 돈을 통해 수입을 극대화 하고싶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코인이나 투자를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안전한 자산으로 묶어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게 맥쿼리인프라였다. 크게 성장하지는 않아도 그렇다고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주식을 골라 배당을 받기로 마음 먹었다. 배당을 계산하니 그래도 한 80만원은 될 것 같았다. 그게 어딘가. 


그렇게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매수 했고, 자잘하게 생기는 돈은 그대로 CMA  통장에 넣기 시작했다. 첫 배당을 받을때만해도 기분이 참 좋았다. 40만원이 공돈으로 생겼고, 배당금으로 추가 매수를 했다. 그리고 하반기가가 되자 환율과 주식 시장이 난장판이 되었고 나의 주식은 그래도 안전할꺼라 생각하고 방치했다. 어차피 큰 수익을 기대하지 못할 것이었기에 본전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드디어. (-)가 나오기 시작했고 처음 1~2%대 마이너스에서는 큰 동요가 없었다. 뭐 이정도야. 그래. 배당금이랑 퉁치지. 했는데...


멍떄리다 우연히 다시 본 계좌는 무려 1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망했다. 믿고 또 믿엇던 맥쿼리 인프라에 호되게 당했다. 그래서 1년 이내에 사용처가 분명한 돈은 주식에 묻지 말라는 말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무려 2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더 큰 손실을 좌시할 수 없어 매도 했다. 매도 한후에 아주 약간 다시 오르긴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받은 마음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cma통장과 합하면 여전히 2천만원이 넘는 큰돈이지만, 나의 기대수익에 비해 결과는 너무 형편없었다. 배당금으로도 채우지 못할 손실이 날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1%대 손실에서 손절햇어야 했는데 몇달사이 뭔일 나겠서 안일하게 대응했다. 


차 계약일은 다가오고, 나는 그렇게 현금 200만원을 날렸다. 얼마나 피같은 돈인가. 카카오뱅크는 -70%다. 아주 아사리 판이다. 그나마 맥쿼리인프라라 이정도 수순인건가 싶었고, 코로나 발생 직후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도 그돈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어차피 한두해 묻으려고 산것도 아니니 냅두고는 있다만... 하후... 200만원... 카카오뱅크 -70%보다 더 뼈아픈 손실률이다. 물론 카카오뱅크는 애초에 200만원씩 사지도 않았으니 저게 더 큰손실인것이지...


무튼 우린 오늘 신차를 인수 햇고, 나는 통장에 있던 목돈을 신나게 남편에게 쐈다. 저 차값의 절반은 내가 냈다!! 는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여전히 한쪽 속이 쎄하게 아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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