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결절 제거 수술기
수술하고 1주일. 드디어 첫 외래. 이번 외래가 중요했던 이유는 수술 후 떼어낸 조직으로 조직검사를 다시 해서 결절의 정체가 밝혀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미 의사 선생님은 여러 번 시사했다. 입원 전 검사를 위해 CT를 찍고 난 후에 영상의학과 선생님과 통화하시면서 "캔서 메타를 의심하시는 거죠?"라고 하셨다. 캔서. 내가 메타가 뭔진 몰라도 캔서는 안다. 환자를 앞에 두고 차트를 복기하는 선생님의 무신경함은 놀라운 일이 아니나 나는 저 캔서 뒤에 붙는 메타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지만 초시크 선생님께서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결절이 있는 오른쪽 갑상선 절제할 거고, 림프도 하나 뗄 거예요
수술은 목을 절개해 진행할 겁니다
분명 지난번 외래 때는 "목 절개와 겨드랑이로 하는 내시경 2가지 중 선택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장단점은 간호사에게 설명을 들으라 했었고. 그런데 CT촬영 결과를 본 소견은 목을 통한 수술로 결정지었다는 것은 내시경으로 불편하게 하는 수술보다는 좀 더 확실한 수술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 뭔가 좋지 않은 사인이구나 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캔서와 메타가 같이 붙는 경우가 뭐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cancer meta
제일 먼저 나온 단어가 '전이'였다. 전이. 익숙한 단어다. 암이 옮겨갔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림프를 뗀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내 몸에 림프가 몇 개가 있는지도 모르고, 온몸에 자잘 자잘 퍼져있는 건지, 조롱조롱 목에만 맺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자세한 설명은 역시나 없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이 공부했고, '유방갑상선외과'라는 타이틀을 그냥 붙인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묻지 않았다. 많이 안다고 도움될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암일 수 있겠다 혼자 넘겨짚으며 시간을 보냈다.
수술 직전 마지막 외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초진에서 진행한 조직검사 결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선생님은 외래에서 이렇게 말했다.
돌연변이 유전자 검사 양성반응도 나왔어서 암일 가능성이 꽤 있고요
만약 암이라면, 제 일상이 뭐가 달라지나요?
수술을 하면 제거를 하니까, 5년에 한 번 하실 검사를 1년에 한 번 하시는 거 말곤 없어요
직접적으로 '암'을 언급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암일 가능성이 15~30% 정도라고 말했을 뿐인데, 가능성을 확 높여주었다. 난 또 의사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조직검사 결과는 이미 2주 전에 나온 것인데 그걸 이제야 해석해주다니. 어차피 상세히 말해줄 의지가 없는 분이었다. 그리고 또 검색했다. 돌연변이 유전자 검사. 그 검사가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라는 사람들의 글들이 떠다녔다. 돌연변이 검사를 했다면 그냥 그건 빼박이라고.
아. 나 암이구나. 암이겠구나.
병원 초진부터 수술까지 대략 2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2개월 동안 암일 가능성에 대해 추정하고 또 추정했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삭혔다. 암이고, 고작 1cm고 통증도 전조증상도 없이 바로 제거 수술을 한다. 그럼 이보다 더 나이스한 상황이 어디 있겠나 생각했다. 남편에게는 자세한 과정을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어려서 대학병원을 제집 드나들듯 했던 남편은 대학병원을 싫어한다. 정확하게는 두려워한다고 해야겠지.
괜찮을 거야. 별거 아닌 걸로 나올 거야
내가 조직검사를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하는 말이었다. 15~30%의 확률은 절대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차츰 현실로 다가왔다. 수술을 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나는 국가에 암환자로 등록될 뿐 다른 변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절제도 아니고, 절반만 떼네는 것이니 호르몬 약을 더 먹거나 하는 상황도 없다. 상대적으로 무리가 덜 가는 상황이다. 어차피 암에 걸릴 거라면 이 정도 선에서 멘탈을 부여잡고 있을 수 있는 경증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흔히들 갑상선암은 착한암이라고 한다. 회사 동료가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암 일지 아닐지 모르는 상태) 수술을 했고, 다들 착한암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을 때. 내 생각은 달랐다.
착한암이 어딨어. 암은 암이지.
당사자 마음은 그냥 다 암환자지.
머 위로가 그래?
동료는 그런 내 말에 크게 공감했다. 착하거나 말거나 암은 그냥 암이다. 발견도, 수술도 제거도 용이하다고 착한암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그게 내 몸에 생긴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동료는 수술 결과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고, 나는 아직 모른 상태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그 착한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수술에 가까워질 때마다 조금씩 높아지는 게 보였다. 수술을 했고, 수술이 끝나고도 나는 암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퇴원을 했다.
대망의 첫 외래. 그동안 한 번도 남편은 보호자 격으로 동석한 적이 없다. 입원 날 잠시 함께 했던 것 빼고는. 차로 태워다 주고 집에 가라고 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호자로 함께하자고, 같이 들어가자고 했고 보호자도 들어가도 되는 거였냐며 같이 가겠다 했다. 아마 코로나로 환자만 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순번이 되어 자리에 앉았고, 선생님은 프로그램에서 이런저런 데이터를 내 파일로 옮기는 듯했다.
결과가 암으로 나왔어요
수술은 잘 끝났고, 전이는 없었어요
그랬다. 결국 암이었다. 갑상선암.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남편은 많이 놀라는 듯했다. 내 뒤에 서있었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료실 밖을 나와서 내가 들고 있던 물건들을 다 자기가 받아 들고 서있는 모습을 봐도 안다. 놀랐다. 암이라니. 내 아내가 암이라니. 남편은 그때부터 보호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서류를 대신 설명하고, 번호표를 먼저 뽑아 길게 늘어지지 않게 준비했다. 처음 의사를 대면하고 그런 충격적인 단어를 듣게 한건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저 긴장한 얼굴을 보니 미리 들어 좋을 것도 없었구나 싶었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무신경한 나와는 다르다. 코로나로 2년 내내 시달린 사람에게 굳이 미리 전할 필요 없는 정보였다.
수술 전 림프를 뗀다 했는데, 입원 중 들은 설명엔 림프를 제거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아마 CT상 소견과 실제 절개해서 열었을때 보이는 것은 달랐던것 같다. 만약 림프까지 전이가 됬다면 나는 보험상 소액암인 감상선암 + 일반암인 림프암까지 확장됬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이는 다행히 없었고, 수술도 마쳤으니 걱정할 일은 없는 셈이었다.
선생님은 목 관리 잘하고, 말 많이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쉰 목소리의 나를 나무랐다.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뭔가 하지 마라거나 하라거나 하는 말을 한건 3개월 만에 처음인지라 좀 재미있었달까? 늘 그건 옆방에서 설명해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의 몫이었는데 말이지. 연고랑 시카케어 처방해줄까요? 묻길래 그건 있다고 하고 나왔다. 연고만 받기로 하고. 대학병원에서 처방하는 시카케어가 한 장에 10만 원이나 한다는 걸 이미 봤으니 받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제왕절개 때문에 사다 둔 것이 아직 남아있는 터였다. 연고는 한 3만 원 하던데 뭐 얼마 차이 나겠어? 했는데 54000원이더라. 그냥 온라인에서 살걸. 봤던 상자랑 패키지가 다르고 자외선 차단 그림이 있어서 다르겠지... 하며 잊었다.
병원에서 보험청구를 위해 진단서를 요청해야 했고, 진단서는 의사에게 요청해야 하고, 서류는 서류를 챙겨주는 의료인이 앉아있는 창구에서 받는다. 난 암환자였고 중증 환자로 등록되고 나면 내는 병원비가 달라지는 건데 그거에 대한 설명을 미처 듣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보험청구를 위해 받아야 하는 서류가 참 많았다.
진단서는 의사가 해주는 것이고, 그 외에 필요한 수술 확인서, 입퇴원 확인서 등도 미리 의료진에게 요청해야 한다. 수납 창구 갔다가, 중증 등록해야 한 데서 서류 뗴주는 쪽 가서 사인하고, 입원 수납 창구 가서 수납 요청하고, 그럼 정리할 게 있다며 기다리라 하고, 기다리면서 다시 외과 가서 식단 관리 설명 듣고, 연고 사용법 설명도 듣고... 입원이나 수술보다 그게 더 복잡했다. 그 와중에 일자별 영수증이나 입원 관련 영수증은 또 수납창구에서 받는데. 입원과 통원이 분리되어 있어서 입원 내역과 통원 창구에서 각각 따로 받아와야 한다.
190만 원의 수술비는 145만 원 정도로 경감되었다. 이미 낸 외래는 더 이상 반영되지 않는 듯했다. 미리 암환자로 확정 짓고 외래를 했으면 아마 그 비용도 좀 달랐을 것 같다. 두툼한 서류를 항목별로 정리해서 보험사에 전달했고, 늘 연락드리던 보험설계사 분께서는 기어이 암이 나왔냐며 진단금이나 등등의 금액을 알려주셨다. 서류를 보내고 2일 만에 진단금이 들어왔고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들어와 좀 놀랐다. 내가 그간 병원을 오가며 쓴 비용들도 꽤 되었고, 그 돈의 일부와 입원 비용의 일부, 소액암 진단금, 그리고 5대수술진단금이라는 것까지 들어와서 금액이 큰 거였다. 기존에 집행했던 병원비, 외래비 등등을 싹 정리하고 나니 이제 끝이다 싶지만 아니다. 갑상선은 이비인후과 진료가 하나 남아있고, 다음 달에 외과 외래도 한번 더 가야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가야 할까?
나는 아무런 통증 없이 내발로 병원에 걸어 들어가 암환자라는 것이 밝혀지기까지 대략 10주가 걸렸고 그 흔한 항암도 하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처치가 용이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든 것이 완치된 다음에 알았다. 다 끝난 후에 말이다. 수술로 제거도 다 했고 이제 내 몸은 말끔한데, 내 앞에 '암환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나는 그 유명한 암환자 '였다'. 과거완료형 암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