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올 지 모를 손님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둔 이불 더미
언젠가 올 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자부심과 품격이 배인 그릇들
굽이굽이 살아온 길목마다
유혹에 넘어가 사 모았던 의미 있는 물건들
눈 딱 감고
거의 다 버렸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만들어 온 위대한 작품
오른 손바닥인가 왼 손바닥이 찍힌 석고판
초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장이며 상장들
아이의 몇 줄짜리 글 한 편이 들어 있는 두꺼운 문집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의 다 버렸다.
'다 있다'라고 광고하는 가게에 가면 다 있다.
아이의 물건들이나 추억들은 사진이나 마음속에 담아버리면 그뿐
이제는 주먹을 쥐기보다 펴고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