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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달타

by ocasam Mar 05. 2025

봄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조금은 쌀쌀한 봄날 이른 아침 읍내 상설 시장 앞 도로 맞은편 금은방 앞에 조그만 좌판을 차려놓고 80세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할머니 한 분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빨강과 파랑 연녹색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 여리고 싱싱한 쑥 머위 냉이 달래 국수댕이 꽃다지 광대나물들을 담아놓고 팔고 있었는데 내가 점심때쯤 다시 그 앞을 지나가다 보니 바구니의 나물들은 줄어들지 않았고 할머니는 거칠고 앙상한 손으로 시든 나물을 좀 더 싱싱하게 보여주기 위해 아래위로 섞고 뒤집으며 바구니의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여름날 구릿빛 얼굴을 하고 깡마른 7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석양빛을 받으며 폐지가 가득 실린

키보다 두 배는 더 높은 리어카를 끌고 가며 있는힘 없는힘까지 쓰다 보니 가녀린 목과 팔뚝에 굵은 힘줄이 튀어나왔고 목에 두른 연분홍빛 가느다란 수건은 땀에 절어 축 늘어져 걸을 때마다 가슴 앞에서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가을도 깊어 낙엽이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거리에 쓸려 다니고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어스름 약속이라도 있는 듯이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위에 흠뻑 젖은 진한 갈색 털을 착 붙인 채로 실룩샐룩 야윈 

엉덩이를 흔들며 세발로 절뚝절뚝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는 떠돌이 늙은 개가 지날 때마다 옆으로 줄 지어 있는 집집마다 따스한 전등불이 켜지고 개는 정처 없이 어두운 골묵으로 사라지고 없다.   


겨울도 한 겨울 아침 오일장이 서는 읍내 사거리 골목길 벽 앞에 70대 중반쯤 되는 노인이 두꺼운 비닐 위에 신발을 펼쳐 놓고 팔고 있다.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는 터라 시끌벅적해야 할 장날 거리가 한산하다. 신발 보따리를 트럭에 싣고 이 근처 오일장을 찾아다니는 듯 먼지가 묻어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드는 노브랜드 운동화와 털신들이 자유롭게 펼쳐져 있다. 다 합쳐도 30켤레가 안 되는 조그마한 노점을 지키며 추워서 앉지도 못하고 가끔씩 추위를 털어내려는 듯 몸을 짧고 강하게 흔들고 있다. 


싯달타 왕자는 동서남북 문 밖으로 나갔다가 생로병사 인생무상을 깨닫고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 부처가 되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나는 넘쳐나는 정보 세상 속에서 시시때때로 생로병사 인생무상을 느끼기만 할 뿐 수도자가 수는 없는 운명이기에 그저 빈부귀천 남녀노소 지위고하 신분 명예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생은 화무십일홍이며 잘났거나 못났거나 기껏해야 한 세상 100년도 못 사는 삶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만 해도 어디냐며 스스로 위로해 가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려고 노력 중인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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