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실은 배

by ocasam

내가 사는 세상 항구에 배 한 척이 들어왔다.

옆구리에 쓰인 '봄을 실은 배'는 낡았지만 아름다웠다.

배가 도착하자 세상이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꽃이 피고 잎이 돋았다.

사람은 걷고 고양이는 뛰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갔다.

날파리도 날고 비둘기도 날았다.

물결은 일렁이고 잉어새끼들은 헤엄쳤다.

이 골짜기 새는 노래하고 저 골짜기 새는 울었다.


세상은 넓고 넓다지만

언제나 그 자리, 뛰어봤자 그 자리

좁디좁은 쳇바퀴 세상에서

피고 돋고 걷고 뛰고 불고 흐르고 날고 일렁이고 헤엄치고 노래하고 울던

꽃, 잎, 사람, 고양이, 바람, 구름, 날파리, 비둘기, 물결, 잉어새끼, 새들이

봄배에 일제히 몸을 실었다.

배가 그들을 몽땅 실었다.


봄물결에 몸을 맡기고 둥실둥실 떠나가는 배

뱃전에 물보라처럼 흩어지는 여러 갈래의 소리, 소리들


오! 판타스틱 봄이에요.

예! 해피한 봄이에요.

와우! 엘레강스한 여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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