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by ocasam

첫사랑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설렌다.

선물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기대된다.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


장염의 복통이 시작되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통증의 주기가 규칙적이다.

시달리다가 몸이 녹초가 될 때쯤 반가운 손님처럼 잠이 찾아온다.

모래밭에 새겨진 글자를 파도가 그냥 둘리 없듯이 다시 통증이 찾아오고

잠 통증 잠 통증 잠 통증 잠 통증 잠 통증 잠 통증 잠 통증 잠 통증이 반복된다.

두려운 것은 통증이 아니라 '통증이 찾아오는 때'를 안다는 것이다.


자갈길을 걸어봐야 발 아픈 것을 알듯이 아파보면 안다.

그날이 그날 같던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날이었는지를

별볼 일 없던 날들이 얼마나 별보다 빛나는 날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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