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업료

by ocasam

세수하다 코피가 났다.

휴지를 뭉쳐 피 나는 쪽을 틀어막았다.

아뿔싸, 반대쪽에서도 피가 나는 게 아닌가.

앗, 쌍코피다!

휴지로 코를 틀어막으며 무언가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와 거울을 보고 나의 멍청함에 웃음이 나왔다.

코피가 나지 않는 쪽을 틀어막은 것이었다.


외출하려고 집밖으로 나왔다가

깜빡하고 안 가져온 물건을 가지러 세 번이나 되돌아간 적이 있다.


깜빡하고 립스틱을 안 바르고 출근했을 때

도장 인주와 붉은 수성사인펜을 입술에 바른 적이 있다.

서류에 도장을 찍을 때 인주가 없어 립스틱을 사용한 적이 있다.


현관이나 욕실에서 방에 들어올 때

신발 한 짝, 또는 두 짝이 나보다 먼저 들어온 적이 있다.


배가 몹시 고플 때

우리 집 강아지보다 더 허겁지겁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속도위반 과태료를 입금하며 성질 급한 내 자신을 탓했다.

'그래, 이것은 수업료야. 다음부턴 조심해야지.'

그 다짐은 대부분 그때뿐이었다.


아기들이 왼쪽과 오른쪽 신발을 바꿔 신고 다니면 사랑스럽기라도 하지

어른이 칠칠치 못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멋진 말이 생각났다.

이제야 조금씩 비싼 수업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서히 철이 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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