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면
값진 것들이 쉴 새 없이 걸려든다.
새소리
풀내음
꽃향기
바람소리
할머니 등에 업힌 두 살배기 아기
벤치에 앉은 노인들의 편안한 대화
자전거 타는 소년들의 명랑하고 힘찬 몸짓들
문 열린 미용실에서 들려오는 아줌마들의 수다
어린이집 마당에 햇살처럼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 흐르듯 이어지는 차들과 오토바이들의 원활한 소통
점심을 먹기 위해 국밥집으로 들어가는 공사현장 아저씨들
오일장마다 인도에 펼쳐지는 노점상들의 알록달록한 파라솔들
임대주택 뒤뜰 녹색 철제 울타리 위로 뻗어나가는 빨간 넝쿨 장미
폐지가 잔뜩 실린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아주머니의 거친 숨소리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아파트 1층 부엌에서 들려오는 딸그락거리는 소리
초등 1학년쯤 돼 보이는 딸에게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 주는 자상한 아빠의 말소리
오이와 가지를 봉지에 나누어 포장하고 있는 식료품 마트 아르바이트생의 희고 고운 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주인 앞에서 바쁘게 걸어가는 갈색 강아지의 씰룩거리는 엉덩이
공중목욕탕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꽃향을 머금은 샴푸 냄새와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내 마음의 소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가를 따라 산책하는 서너 마리의 길고양이들과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그 고양이들이
그럭저럭 잘 지내겠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는 내 옆을 덕유산에서부터 여기까지 흘러와 반짝이고 있는 저 강물
텅 빈 하루라는 바구니에 가득 찬 수확물과 다 넣지 못한 것들을 버려야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저무는 하루
낚시에 걸려든 것들엔 소소한 즐거움과 다정함이 묻어 있다.
밖에서 옥죄는 것 하나 없이 오로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로만 가득 찬 하루는 훌륭한 미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