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날

by ocasam

흥에 겨운 새들이 나뭇가지를 두 발로 팡팡 구르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반질반질한 나뭇잎에서

녹색 가루가 풀풀 날려 땅에 쌓인다.


새들이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다 간 자리에

바람도 질세라 살며시 숨어들어 몸을 푼다.

작정하고 가지를 뒤흔들며 초록 가루를 탈탈 털어댄다.

진짜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비가 내리면 초록 물방울들이 줄줄 흘러내린다.

나무는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잠시 명상에 잠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월만 같아라

가을이 되면 시인의 말대로 '초록이 지쳐' 단풍 들겠지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들이 지금은 내 앞에 있다.

내 생의 가장 빛나고 화려한 날들이 지금 여기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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