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외지에서 온 상인들이 여기저기 전을 편다.
뽀송한 촉감과 화려한 원색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과일전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청송 사과, 미국 오렌지, 고창 수박, 성주 참외, 필리핀 바나나
실제로 그 고장에서 왔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명성이 자자한 고장 과일들 틈에 다른 고장 과일은 명함도 못 내민다.
수박을 손가락으로 퉁퉁 튕겨가며 꼼꼼히 물건을 사는 사람
과일에 대한 믿음이 충만한 사람들은 운전석에 앉아 물건을 주문하고 값을 치른다.
과일전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사장님은 돈 셀 틈이 없다.
길 건너편에는 양파와 마늘을 파는 채소전이 있다.
띄엄띄엄 오는 손님들은 값을 물어보고 그냥 가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양파가게 사장님은 과일전을 한 번 흘낏 쳐다본다.
태양을 피하기 위해 흰색 1톤 트럭 꽁무니에 푸른색 방수 천막을 달아냈다.
지붕 아래는 푸르스름한 그늘 때문에 어둑하다.
열 개씩 묶은 양파와 100개씩 묶은 마늘 다발들이 쌓여 있다.
마른 흙이 묻고 지저분하게 쌓여 있는 것이 잘 안 팔리는 원인이라도 되는 듯
채소전 사장님은 양파와 마늘 다발들을 수시로 상하좌우 자리를 바꾼다.
심심하면 바지 주머니에서 노란 고무줄로 묶은 지폐 다발을 꺼내 두어 번 세어 본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지는 지폐들도 주인의 손을 닮아 푸석하고 뻣뻣하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조선달 같은 장돌뱅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나귀 등에 짐을 싣고 들길을 가는 대신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아스팔트 위를 달려 오일장을 찾아다닌다.
이 땅의 모든 허생원들이 물건을 파는데 바빠 돈 셀 틈이 없었으면 좋겠다.
삶의 무게에 굽은 등과 허리가 쫙쫙 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