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by ocasam

많이도 급했나 보다.

공원 산책길 위에 화끈하게 싸질러 놓았다.

직박구리란 놈이 버찌를 얼마나 많이 따먹었길래

그림처럼 펼쳐 놓은 보라색이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많이도 참았나 보다.

자동차 지붕과 앞유리에 시원하게 내질러 놓았다.

'네 속은 후련하겠지만 내 속은 터진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을 그리워하듯 아련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새의 흔적을 찾아보건만

새하얀 똥만 남기고 가버린 그놈의 종적은 묘연하기만하다.


생각을 가다듬고 염불 하듯 중얼거리며 청소를 한다.

"썩을 놈의 새, 재수 없는 놈의 새, 징글징글한 놈의 새......."

작은 점들이 흩뿌려진 곳까지 청소를 하다 보니 완전 새 차가 되었다.

주문을 바꾸어 외우며 집으로 들어온다.

'고마운 놈의 새, 예쁜 놈의 새, 귀여운 놈의 새.......'


새는 무엇을 먹든 소화시켜 건더기 없는 똥을 싼다.

분명한 똥이지만 더럽기보다 재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새똥


우리도 새의 소화력을 배울 일이다.

보고, 듣고, 먹고, 맡고, 만지며 생각한 것들을 걸러내어

매끄럽게 배출해내는 완벽한 소화의 기술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망초와 개망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