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by ocasam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아들이 무선 청소기를 잡는다.

플러그를 빼놓아서 충전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

얼굴에 짜증과 미소가 75대 25로 섞여 있다.

잠 시 후 미소를 50퍼센트대로 끌어올리며 진심 어린 말로 부탁한다.

"엄마, 청소기 플러그 빼지 마, 불 나고 이런 거 절대 없어."

"알았어."

"엄마 자동으로 절전이 돼. 전기세 얼마 안 나가. 알았지?"

"알았어."

"엄마, LG기술력을 믿어. 믿어도 돼."

"알았어......."


외출하기 전에 아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TV와 컴퓨터 전원을 껐다.

아들이 보았으면 삼성의 기술력을 믿으라고 한소리 했겠지만 나는 안 믿는다.

토스트기, 찜기,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커피머신 전원도 모두 껐다.


'유비무환'이란 말이야 말로 완전 믿을 수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해 될 일은 없지 않은가.

엄마들은 전원을 끄고 또 끈다.

아들들은 엄마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뭘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들과 엄마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이다.

끄지마, 알았어, 끄지마,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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