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by ocasam

산책 겸 걸어서 시장에 가다가

현재 시각이 궁금해져 가방에 손을 넣다가 알아챘다.

'아이고 휴대폰을 안 가져왔네.'


재래시장에는 카드를 안 받는 곳도 많은데

현금이 부족하면 인터넷 뱅킹으로 계좌이체하면 되겠지.

'아뿔싸 휴대폰이 없지.'


마침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바지락 오천 원어치, 자반고등어 오천 원어치를 살 수 있었다.


오는 길에 미용실 앞 화분에 있는 작고 푸른색 꽃 이름이 궁금해졌다.

'아차 휴대폰이 없지.'


하루 전 날 신장 개업한 '윤가네 짬뽕' 앞을 지나올 때

짬뽕국물처럼 빨간색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짬뽕 먹고 갈래?'

다짜고짜, 도전적이고 건방진 문구 때문이라기보다도

개업을 했으니 언제가 됐든 왠지 한 번쯤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전화번호가 적힌 간판을 사진 찍기로 했다.

'이런 젠장 휴대폰이 없지.'

식당 전화번호를 주문처럼 외우며 집에 와서 생각했다.


시장에 갔다 오는 한 시간여 동안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너댓번이나 깨닫게 되다니.

나도 휴대폰 중독자 맞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꼭두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