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운전대 앞에 앉아 안전벨트를 당기다 도를 깨치듯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급하게 당기면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패스트 푸드, 패스트 패션, 초고속 인터넷과 통신, 로켓 배송 등 세상은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장점이자 단점인 빨리빨리(pali pali) 문화가 전통문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과속, 추월, 신호위반, 새치기, 평소 안 하던 욕하기 등 운전대만 잡으면 이상하게 변한다.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밑반찬을 리필까지 해가며 먹어치운다.
현관이나 욕실에서 방으로 들어올 때 신발도 같이 따라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옷이나 양말을 벗을 때 뒤집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하고 있다.
자판기 앞에서 믹스커피 버튼 누르고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리고 있다.
사탕을 녹여 먹다가 결국 침지 못하고 깨뜨려 오독오독 씹어 먹는다.
기다리던 버스가 나타나면 버스가 멈추기도 전에 버스로 다가간다.
9회말 2사부터 야구장에서 나갈 채비를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도 전에 영화관 직원은 출입문 문고리를 잡고 있고 관객은 나갈 준비를 한다.
주문한 국밥이 늦게 나오면 소를 잡으러 갔나 하고 불평을 하며 주방 쪽을 힐끗힐끗 째려본다.
초록불 신호를 받자마자 출발 안 하는 앞차를 향해 경적을 울린다.
현금인출기를 작동시킨 후에 돈이 나오는 곳에 손을 대고 기다린다.
음식을 먹을 때 개처럼 한 두 번 씹고 바로 넘겨 버린다.
포장된 랩을 벗길 때 살살 벗기지 않고 빠증을 내며 쥐어 뜯어서 개봉한다.
스티로품 박스를 개봉 할 때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테이프를 박박 뜯어 스티로폴 가루를 펄펄 날리게 한다.
길에서 앞사람이 느릿느릿 걸어가면 답답해하며 추월해야 직성이 풀린다.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사람에게 결론부터 말하라고 다그친다.
엘리베이터에 탄 후 닫힘 버튼 누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모두 나에게 해당되는 것들이다.
어떤 문제든 여유를 갖고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면 쉽게 풀리는데
화두로 삼고 정진하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