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by ocasam

나는

학창 시절에

리액션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박수 칠 상황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박수를 쳤다.

선생님에 대한 최선의 예의와 감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말이 곧 법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가르침에 따랐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는 못했지만 모법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은 나를 참 좋아했다.


나는

직장 생활할 때 연수를 가면

리액션을 잘하는 직장인이었다.

박수 칠 상황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박수를 쳤다.

강사님에 대한 최선의 예의와 감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강사님이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교육 내용에 귀 기울였다.

강사님에게 잘 보이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업무에 그다지 유능하지는 못했지만 성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강사님이 나에게 관심을 두는 것 같았다.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절 연수원에 교육을 받으러 갔다.

1.5미터 높이의 무대에서 강사선생님이 KF80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했다.

숨이 차서 헉헉거리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강당 전체에 퍼졌다.

나는 손을 들고일어나 강사선생님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강사님, 저희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강사님은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될까요"

강사선생님이 헉헉대며 말했다.

"그래도 될까요?"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나는 용감하게 다시 일어나 300명도 넘는 청중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선생님들, 그래도 되겠죠?"

순도 100%의 진심이 담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거의 모두가 동시에 대답했다.

"예~~~"

그날 강사 선생님은 자신이 쓴 책에 사인을 해서 나에게 선물했다.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먼 친척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장례식장 버스를 타고 공원묘지에 가는 길

일을 총괄하는 분이 버스 앞쪽에 서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끝을 맺기도 전에 아뿔싸, 나는 그만 박수를 치고 말았다.

박수를 1초 만에 중단하기는 했지만 참으로 주책바가지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직장동료 시아버지 문상을 갔다.

빈소에 도착했을 때 상주인 직장 동료가 입구에 나와 우리를 맞았다.

얼굴에 보일들 말 듯 희미한 미소를 띠며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나는 그 순간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녀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웃음기를 1초 만에 지우기는 했지만 참으로 철없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리액션을 잘하는 일반인이다.

박수 칠 상황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박수를 친다.

사람에 대한 최선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보다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경청한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최선을 다 한다.

관계를 이어가는데 그다지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성실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내 생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은 나를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지만 그 일이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에라 모르겠다!'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능수버들처럼 내 멋에 겨워 흔들거리며 살기로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은행나무 가로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