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발행한 노란 지폐가 빈틈없이 쫙 깔린 길을
저벅저벅 걷다 보면 희한하게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축제장에 온 듯설레이고 낭만 시인이 된 듯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이 새대의 마지막 휴머니스트인 양 눈을 가늘게 뜨고 먼 하늘을 응시하기도 한다.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 강한 의무감에 사진 찍는 일에도 진심이다.
몸을 바로 세우거나 비틀고 프러포즈 자세를 취하기도 하며
휴대폰을 가로 세로 이리저리 바꿔가며 별짓 별폼을 다잡으며 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전문 사진작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누군가는 댓글을 달 테고 누군가는 귀찮아 그냥 무시해 버릴 위대한 작품을
과제를 제출하듯 여기저기 단톡방에 올려놓는다.
중대한 사명을 완수한 듯 만족감에 미소 지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 걸어도 좋을 이 길을
가을 노래라도 들으면 더 근사할 것 같은 생각에
유튜브를 켜고 검색창에 '가을에 들으면 좋은 노래'를 입력한다.
노래를 들으며 한 참을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참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