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일행 중 한 사람의 신발이 없어졌다.
상주까지 나와서 걱정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 너무 슬프고 경황이 없어 발에 닿는대로 신고 간 것일까
술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남의 신발을 신고 간 것일까
자기 것보다 좋아 보여 미친 척하고 신거 간 것일까
밖에 볼 일 보러 잠시 나갔다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일단 문 앞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발에 눈길을 둔 지 오래 지나도 우리가 찾는 신발은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 나직하게 말했다.
"행님, 다시 들어가서 제일 좋은 신발 하나 골라 신고 그냥 가입시다."
신발 주인이 말했다.
"아이다. 그냥 이 슬리퍼 신고 가자. 10년 정도 신었으니 정이 들어서 그렇지 아깝지는 않데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검은색 낡은 슬리퍼를 신은 사람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이나 신발이나 인연이 다하면 가는기야. 미련 둘 필요 없데이."
제일 좋은 신발로 골라 신고 가자고 했던 사람이 대꾸했다.
"행님, 따지고 보면 큰 손해난 건 아닌기라예. 이 고무 슬리퍼 질겨서 한 십 년은 신겠네예.
옆에 앉은 사람도 거들었다.
"그 뿐이가? 신발 새로 하나 사야 안되겄나. 그러니끼네 일석이조제."
세월따라 가버린 사랑처럼
인연 따라 가버린 신발에 대한
가을밤의 사소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