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casam

콩밭 매는 아낙네는 친정에 홀어머니를 두고 시집을 갔습니다.

칠갑산을 넘어가는 아낙네의 슬픔에 산새도 같이 울어주었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밭을 매는 아낙네의 베적삼은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콩밥 먹는 아낙네는 집에 명품, 보석을 두고 구치소에 갔습니다.

경찰차를 타고 가는 아낙네의 슬픔에 같은 편 사람들이 피켓을 흔들며 울어주었습니다.

2평도 안 되는 독방에서 아낙네의 연녹색 합성섬유 수의(囚衣)는 분노에 젖었습니다.


칠갑산 아낙네의 삶 속에는

고난과 역경 끝에 올 희망과 사랑이 존재합니다.


구치소 아낙네의 삶 속에는

비애와 탄식 끝에 올 희망과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빛바랜 천 쪼가리처럼 부귀와 명예는 재생할 수 없습니다.

탐욕과 어리석음이 빚어낸 냉정한 진리와 교훈은 그나마 가치가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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