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소설

by ocasam

엄마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소금사탕 산다더니 샀나?"


"지영이가?

별일 없제?

애들도 잘 있고?

이서방은 요즘도 늦게 들어오나?

한약이라도 한 제 해멕여야 안 되겄나?

어제 점심때 잠깐 짬을 내어 자전거를 타고 소금사탕 사러 다이소에 갔었다.

그란데 무신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발 디딜 틈이 없더라.

벌써 크리스마슨가 뭔가에 쓰이는 물건들이 여기 저기 번쩍번쩍하대.

잔칫집에라도 온것마냥 기분은 참 좋더라꼬.

평일이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은 마이 없고 아줌마 아저씨들이 바구니에 가득가득 물건을 담아 가더라고.

그리 많은 물건들을 집구석에 쟁여 놓을라카믄 집 평수가 억수로 넓어야 될낀데.

내도 이것저것 사다보이 몇 만 원이 훌쩍 넘더라카이.

집에 와보이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 것도 많은기라.

살짝 후회가 되기는 했지만도 일단 싸게 샀다는 생각으로 내 잘못된 판단에 정당성을 부여해꼬만.

내도 다른 아줌마 아저씨들하고 다를 게 한낫도 없는기라.

없는기 없는 다이소라는 곳은 참 희한한 곳이다카이.

아 참, 엊그제 엄마가 김장했는데 김장 김치 쪼매 보내주까?

올해는 남해에서 절임배추 주문해서 김치 담갔다 아이가.

그란데 배추가 단단치 몬하고 약간 물러서 쫌 실망하기는 했지만도 배추 절인다고 생난리 안쳐서 좋긴 했지.

고춧가루, 배, 사과, 젓갈, 굴, 마늘, 참쌀, 청각, 생강을 사서 일일이 다듬고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

쎄빠지게 김장을 마치고 가마히 계산을 해보이끼네 돈도 30만 원 넘게 들었더라고.

내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몸이 예전만 몬하다.

담부터는 너맹키로 그냥 인터넷에 시켜 먹으까 생각도 들더라꼬.

그란데 한 편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이 식구들이 먹을낀데 남이 해 놓은 거 사 먹는다는기 썩 내키지는 않어.

언젠가 네가 사서 보내준 김치는 조미료를 얼마나 처넣었는지 느끼하고 달아 맛이 영 별로더라꼬.

국도 낄여 먹고 찌개도 해 먹고 볶음밥도 해 먹고 부치개도 해 먹어야 하이 내 손으로 담는 기 안심이 돼.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그냥 내 손으로 해야 할 것 같데이.

아이고 먼저 물어본다는거 깜빡했네. 민서 대학 어디로 가는가 정해졌나?

민서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믄 네캉 떨어져 있어야 하니끼네 네가 엄청 힘들겄다.

은서도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이 네가 너무 힘들어서 어짜까.

그카고 다음 달에 느그 아버지 제사에 올 수 있겄나.

곤란하믄 안 와도 된데이.

안 와도 느그 아버지는 이해할끼고마.

지영아, 내는 늘 네가 걱정이데이.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거래이.

아 참, 조금 전에 우리 무슨 얘기하다 말았더라?

아, 소금사탕!

다이소에 드가자마자 진열대에 가보이 소금사탕이 안 보이대.

직원한테 물어볼라꼬 계산대 쪽으로 갔드만 줄이 너무 긴기라.

직원이 다른 손님 계산하느라 정신없는데 내가 끼어들어 질문하는 것도 실례아이가.

그래서 나도 줄 끝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지.

답답해가 속터지는 줄 알았다카이.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물어밨지.

이보소 소금 사탕이 와 안보이지예?

그카이 젊은 총각 직원이 대답하대.

아 그거 다 나가고 월요일날 들어올거예요 하는기라.

어짤 수 없지 하매 산 물건만 챙겨 자전거 뒤에 싣고 쌩하니 왔다 아이가.

다른데서 파는가 어짠가도 모르겠고 며칠 더 기다렸다 월요일날 다이소에 한번 더 가볼라꼬.

내는 다른 사탕보다 소금사탕이 제일 개안터라고."


딸에게 소금사탕의 영감을 얻은 엄마가 쓴 대화소설이다.

제목은 '엄마의 소금사탕'

줄거리는 간단하다.

딸이 엄마한테 소금 사탕 샀느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소금사탕을 못 샀다는 이야기다.


이 땅의 대부분 엄마들에게 작가의 호칭을 붙인다면

시인보다는 대하소설 작가라고 하는게 적당할것 같다.

장대한 분량의 소설을 거뜬히 써내려갈 수 있는 최고의 능력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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