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빛 꽃망울처럼 설레다가
열정과 애증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넘쳐흐르다가
현실이 저녁노을처럼 아스라이 멀어지고 애련해지다가
세파에 지쳐 노랗게 현기증을 느끼고 가엾어지다가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파랗게 멍이 들고 쇠잔해지다가
마법처럼 보랏빛 희망이 어렴풋이 보이다가 사라지다가
갑자기 세상이 무채색으로 변할 때면 신을 부른다.
세상이 전부 하얘질 때면 다급하게 부르는 신이 있다.
"어머니......."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흐려질 때면 간절하게 신을 부른다.
"아미타불......."
세상이 모두 암흑으로 느껴질 때면 처절하게 신을 부른다.
"하나님아버지......."
유채색으로 출렁이던 어지러운 상념들이 무채색에서 위안을 얻는다.
아침이면 초록빛 생기를 되찾고 다시 마음 바다로 항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