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왕 로보

by ocasam

퇴색되지 않은 감동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책 '시튼동물기'

미국의 뉴멕시코주의 북쪽 광활한 가축 방목 지대 카람포 고원

소와 양들을 장난 삼아 죽이고 다니는 이리떼의 이야기다.


이리왕 로보 뒤에는 수족처럼 따르는 다섯 마리의 부하와

은회색 털을 가진 사랑스런 아내 블랑카가 있었다.

부하들은 로보보다 앞서 가면 안 된다는 규칙을 따르고 있었다.


남편의 규칙을 우습게 여기고 로보 앞에서 촐랑거리던 불랑카가 덫에 걸리고 말았다.

덫을 끌고 필사적으로 도망을 가다가 바위와 바위 사이에 걸린 덫 때문에 잡히게 되었다.


부하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제 살 길을 찾아 흩어졌다.

위기에 처한 로보가 단 한 번의 길고 처절한 신호를 보냈지만 부하들은 답하지 않았다.

분노, 충격, 절망이 섞인 로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광활하고 황량한 고원의 바람결에 흩어졌다.


목장의 말뚝에 블랑카가 묶여 있다.

발목에 묶인 밧줄의 길이는 울타리까지만 갈 수 있는 길이다.

어둠이 내리면 로보가 목장을 찾아 신호를 보낸다.

밧줄에 묶인 발목은 파여만 가고 남편에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규한다.


네 다리가 덫에 걸려 생포된 로보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블랑카 곁에서 로보는 움직이지 않고 고원의 먼 하늘을 응시한다.

식음을 전폐한 로보의 공허한 눈동자 속에 석양 빛이 찬란하다.

그렇게 로보와 블랑카의 역사가 저문다.


위기의 순간에 단 한 번의 도움만을 요청한

로보의 당당하고 도도한 자존심에 박수를 보낸다.


치졸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 굶어 죽어간

로보의 찐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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