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천천히 먹어."
"맛있는데 어떻게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하면 어쩌려고."
"맛있어서 숨 쉴 새도 없어. 말 시키지 마."
아들이 엄마한테 들어야 할 소리를 나는 아들한테 듣는다.
나는
모든 음식을 대충 씹고 넘긴다.
한 번에 왕창 먹는다.
배 부르면 안 먹는다.
삼시 세 끼라는 말은 별 의미가 없다.
세상에 맛없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먹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먹는 것에만 집중한다.
여기까지는 우리 집 강아지 포티의 식성과 비슷하다.
동물 DNA를 가졌나 보다.
나는
귤보다 단감
흰쌀밥보다 잡곡밥
케이크보다 바게트 빵
깍두기보다 총각김치
삶은 오징어보다 구운 오징어
말캉말캉 부드러운 음식보다 딱딱하고 거친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옷을 살 때 유행을 따르지 않고
실용적이며 소박한 감성을 중요시한다.
한마디로 제 멋에 겨워 사는 사람이다.
일 미터 남짓한 옷걸이대에 사철 옷을 다 걸어도 여유가 있다.
나는
물 잘 나오고 눈과 비바람 막아주는 내 집이 있고
몸에 병 없고 등 따시니 이보다 더 큰 복이 어딨냐며
이 생을 기꺼워하며 사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나는
우아하게 걷고 있는 앞 사람을 제치고 성큼성큼 잰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지나며 속으로 궁시렁거리기도 한다.
"아이고 속 터져!"
나는
결정이 빠르다.
생각이 단순하다.
주위의 소리에 민감하다.
시시비비를 잘 안 따진다.
코 앞의 것보다 더 멀리 본다.
한 번 결정한 일을 번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냥꾼의 기질을 타고났나 보다.
나는
건강 보험은 많이 들었지만 써먹은 일이 거의 없다.
골골하며 잔병치레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약간 두렵기는 하다.
나는
닥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아직 안 일어나지 않은 일은 신경 안 쓰고
죽는 거 말고는 모두가 소소하고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쪽 다리를 잃으면 남은 한쪽 다리를 붙잡고
"아이고 이 다리는 멀쩡하구나."
하며 감사하라는 어느 큰 스님의 말씀을 전하며
나라는 사람의 일부를 소개해 보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