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싸우는 건

교장선생님이 말하는 아이들 간의 다툼

by ocasam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을 칠판에 한 개씩 써 보라고 했다.

‘뱀, 학교퐁력, 엄마 잔소리, 꽃가루, 아토피, 죽는 거, 학원, 동생’이 가장 많았다.

순희는 ‘학교퐁력’ 을 적었다.


1학년 순희는 일기장에도 ‘퐁력’이라는 단어를 썼다.

‘학교퐁력은 참 나쁘다. 학교퐁력은 왜 생기는 걸까? 나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이틀 전에 받은 학교폭력 교육이 꽤 인상적이었나 보다.


아주 오래전에 어린이 잡지에서 본 ‘학교폭력 포스터 그리기 대회 금상 수상작’ 이 생각났다.

세로로 된 도화지에 한 아이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친구에게 머리를 쥐어 박히는 그림이었다.

아래쪽에는 빨강색 글씨를 크게 써놓았다.

‘때리지마 ××꺄’

그림으로라도 자신을 때린 아이에게 욕을 해 주고 싶었나 보다.

학교폭력 하면 그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


“선생님, 애들은 싸우면서 크잖아요. 말 안 들으면 많이 혼내 주세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싸움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학부모님들이 흔히 하던 말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어느 날 미용실에서 젊은 엄마들의 대화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갔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선생님께 혼이 날 만큼 그렇게 부족한 아이인가요?”

라고 따졌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그러면 교사가 부족하단 말인가?'


“선생님 5학년 오빠야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어요.”

“선생님 4학년 오빠야가 복도에서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어요.”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얘들아 그러면 경찰서에 신고해."


오빠가 자기를 기분 나쁘게 쳐다본 것도, 언니들이 자기들이 타고 있던 그네를 빼앗은 것도 다 학교폭력이라

어느 날인가 실제로 남자경찰관과 여자경찰관 두 분이 학교에 찾아온 일도 있다.


법원은 ‘학교폭력의 기준에 대하여 괴롭힘이 지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 학교폭력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신고한 아이들 중에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호소한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튿날이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학교폭력을 했다고 한 오빠나 언니들과 놀이터에서 웃으면서 장난치며 놀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학교퐁력’은 ‘학교폭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결론 내렸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당한 일을 말이나 글로 써서 표현하는 일은 중요하다. 작은 병이라도 숨기고 있으면 치료할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나와 너를 비롯해 이 땅 위의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다.

순이가 말한 '학교퐁력'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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