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왕참나무 2

조금은 덜 슬픈

by ocasam

운 좋게도

나뭇잎은 봄부터 겨울까지 가지와 함께였다.


근심 걱정 없던 여름 날도

춥고 적막한 기나긴 밤도

함께라서 좋았다.

같이라서 좋았다.


겨울을 고하는 봄비가 내리는 저녁나절

잎새들은 하나둘씩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나무에서 나고 자란 인연의 끈을

놓아야 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사실은

만나던 순간부터 모두는 알고 있었다.

저마다 마음 한편에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빛나고 짧았던 한 시절은

그렇게 빨리 가버린다는 것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왕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