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슬픈
겨울이 되어도 떨어지지 않고 바짝 말라서 등이 구부러진 잎새들이 가지마다 수북하다.
바람이 불면 오들오들 몸을 떨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탄식한다.
"아이고 내 신세야."
"너무 오래 살았어"
"하늘로 오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땅으로 떨어지고 싶을 뿐인데..."
열매는 바람이 불 때마다 땅 위로 내려앉았다.
도토리묵을 해 먹을 수도 없어 사람들도안 줍는다.
원뿔 모양이라 구르지도 못해 떨어진 그 자리 그대로 퍼질러 앉아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무 아래서 걸음을 멈춘다.
한 발에 온몸의 힘을 실어 열매를 짓뭉갠다.
'오도독' 소리와 함께 눅진한 발맛이 그만이다.
사람들의 얼굴에 즐거운 미소가 번진다.
눈에 보이는 열매를 모조리 찾아 짙밟고도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열매들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잎새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비탄에 잠겨 한숨짓는다.
"아이고 내 신세야."
"데굴데굴 굴러가서 구석에라도 숨을 것이지."
"아이고 어쩔거나 이 모질고 질긴 목숨을"
"참말로 징허다 징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