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바다에서

by 빈빈

탄생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시작된 곳을

나는 당신을 보러 이곳에 왔어요


나는 생일을 맞아 탄생의 바다에 나를 이끌고갔다.

유에서 유 물에서 물.

문득 바다에서 시를 낭독하고 기도 했다.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되고 지금의 스물다섯 살이 되기까지.

나는 나를 어른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바다에 떠도는 어느 영혼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군가 수면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고 빛과 물은 환상의 조합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빛에 의해 생성되거나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나는 스물다섯 살이 돼서야 바닷속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또 다른 생으로 유희한다고 직감했다.

자신도 있고, 자신의 삶도 있고, 죽음 이후의 삶도 있다.

바다는 그들의 활개춤으로 인해 수많은 전파와 진동의 나이테를 형성한다.


비응항에서 사방의 바람이 나를 애워쌀때, 나는 나를 하나씩 벗었다.

뚜렷한 형체도 없는 바다와 바다의 바람은 위해로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나는 결코 그곳에서 어떤 존재도 아니었다.

생의 바다에서 생명 탄생의 주기를 맞아 나는 왜 바다에 오고 싶었던 걸까.

잃어버린 생명성을 찾기 위해 나는 무엇인가 헌납하지 않고는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뒤늦게 나의 채취를 한 뼘씩 뿌렸다.

그들은 그들의 움직임으로 파 - 파 - 하며 신탁을 내렸다.

스르르 해가 바다와 입을 맞추고 바다의 혀 속으로 자신의 윗입술까지 들이밀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박은정 작가의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를 꺼내 들었다.

나의 눈이 파르르 떨며 발화하기 시작했다.

나의 입이 스르르 돌며 구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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