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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빈 Jan 19. 2018

보호자의 안구에 보이는 것

아빠의 백내장 수술에

보호자로 가게 됐다


왼쪽 눈은 대학병원에서 몇백만원이 들었는데

왜 하필 눈알은 두 개여서 나머지 오른쪽까지 몇백을 들이기는 힘들 거 같았다


동네병원과 큰 병원 그 사이의 안과에서,

누군가의 보호자로 가는 수술실에서의 시간


원장이라는 사람은 속사포로 몇몇 서류 같은 종이에 적힌

염증과 후유증에 대해서 녹음기를 2배속 한 느낌으로 말을 한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나도 기계처럼 서명을 했다

책임회피에 대한 변수에 나와 아빠는 어쩔 수 없는 승차한 것 같기도 했다

언제까지 내가 보호자로, 보호자라면 보호자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독신의 삶을 오래전에 되뇌고 있었지만

부모님을 돌보며 사는 삶을 상상도 해보았지만

되뇜과 상상만으로 손쉽게 결단 내리거나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소화불량, 근육의 고통과 뭉침, 구통과 안구의 뻑뻑함 속에서

잦은 병치레는 앞으로 다가올 신체의 병과 실질적 바이러스, 부가적 바이러스 사이에서

순간의 혼돈을 포착했다.


원장과 간호사의 안구 그리고 고통스러운 아빠의 안구

그 혼돈과 불쾌함 속에서 쳐진 나의 안구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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