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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빈 Jan 22. 2018

누가 그를 그렇게

아무도 오지 않는 시간

밤 10시에 멀끔한 아저씨가 가게를 들어왔다


아메리카노와 단팥빵을 주문해 먹고 가도 되겠냐는 질문에

아직 마감이 한 시간 남아기 때문에 나는 편하게 먹고 가셔도 된다는 말을 했다.


아저씨는 매장의 한편에서 빵을 다 먹었는지 

맛있는 빵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옆에서 어떤 빵을 추천해줄지 고민하는 사이

아저씨는 밥 먹는 것도 질리고 자식들도 없어서 혼자 먹는 게 귀찮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첫째에서 시작해 셋째 모두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아파트를 해주며 아내도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러 미국으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


64평 아파트에 홀로 남은 외딴섬의 아버지. 몸서리치게 싫은 자동등의 불빛.

생각하지 않던 끼니를 챙기기 위해 꺼낸 라면과 아쉬움에 넣는 달걀.

편의점에서 사 먹는 몇 첩 도시락들.

많이 볼 수 없는 자식들과 돈이 필요할 때 연락이 오는 전화들.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그저 땅 사서 집 짓고 약초 공부하며 살고 싶은 삶.


부모님의 마음은 어떻게 저리 헌신적일까

스무 살부터 완벽한 독립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독립을 감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식들의 부유한 상황.


'내가 뭐하면서 사는 거지'라는 느낌의 아저씨에게 행복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을 기러기 아빠라고 지칭하는 그의 뿔테 안경이 마치 고립된 눈을 부각하고 있었다. 


마감 청소를 잊고 아저씨의 말은 마음이 가고 마음 한편이 불편했으며 속상했던 그날.

모든 것이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돈이 많은 것이 행복한 건 아니라는 다른 느낌


글을 쓰는 사이 TV에서는 정신적, 방관, 고독, 비만율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온다. 

어떤 방면의 고립과 함께 누가 그를 나를 그리고 우리를 원망하리.


테이블은 그가 급하게 먹은 빵과 물의 흔적이, 쉴 새 없이 살아온 그의 흔적이 담겨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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