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섹스

by 빈빈

핸드폰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재난문자로 인해? 아니면 이 아이가 느끼는 그날의 급박한 감정?


어 쩌 지 , 늦 으 려 나 ?

벌 써 출 발 하 신 거 에 요?

우 리 오 늘 잠 기 는 거 아 니 겠 지 ?

저 도 가 고 있 습 니 다.


소나기들의 끝이 없는 귓속말, 갈등하는 마음들이 서로 벅차오른다.

나는 물끄러미 검은 우산을 바라본다.


우산이 일종의 방어기제라면, 그리고 자아를 신체, 몸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비를 맞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우산을 쓴다.


하지만 비의 유형은 급속도로 변한다. 바람에 의해, 빗줄기의 굵기와 속도 등에 의해.

나는 오히려 비를 맞고 있다고, 피할 수 없다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게 편할 듯하다고 생각했다.


자연현상에 있어서 방어기제를 가지고 나를 억압하는 것을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블랙스완의 니나는 결국 양분된 자아 속에서 자신을 풀어헤치고 결국엔 파멸하고 만다.


추적추적한 방황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들은 금세 그 상황에 익숙해진다.


눈과 눈이 입과 입이 몸과 몸이 추 적 추 적

어느새 밖의 비는 서서히 멈추어 가고 있지만 그들이 비는 다소 무거운 습기와 함께 농익어간다.

그리고 비는 형태와 유형을 변화하여 끝을 향해 달린다 부 들 부 들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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